[기자수첩]1년도 안된 단통법, 고치는 게 능사인가

[기자수첩]1년도 안된 단통법, 고치는 게 능사인가

최광 기자
2015.09.15 03:09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폐지하자' 주장은 성급

최광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
최광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좌표’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돈다. D-데이는 바로 다음 날. 시간은 새벽 6부터. 알음알음 소개받은 사람들은 좌표가 가리키는 곳에서 긴 줄을 늘어선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기습 보조금 ‘대란’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긴 줄을 늘어선 사람은 대란의 승자가 됐고, 나머지 대다수 이용자는 ‘호갱’이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불과 1년 전이다.

보조금이 대량으로 살포된다는 정보만 있으면 휴대폰 구매의 승자가 되고, 나머지 이용자는 패자로 만드는 ‘이용자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법이 하나 만들어졌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이름도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다.

법 실행 이후 각 판매점에서는 이전처럼 휴대폰을 팔지 못한다며 아우성쳤고, 받을 수 있는 지원금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는 소비자들의 원성도 커졌다. 1년 내내 법을 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도 주목해야 한다. 6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이용자는 2%로 줄었다. 40만원 이하의 중저가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비중도 늘었다. 1년을 조금 넘기던 휴대폰의 교체주기는 2년 가까이 늘었다.

가계통신비를 절약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법의 취지대로 움직인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정치권에서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크다는 이유로 법 폐지를 주장한다. 법을 만들고 폐지하는 데는 법적 정당성과 함께 기대 이익이 발생하는 손실보다 큰지를 따져야 한다. 적어도 단말기 유통법 개정 논의에서는 손실은 과대로 포장되고 이익은 축소되는 분위기다.

제도는 한번 만들면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만들고 일 년도 안돼 폐지한다면 앞으로 나올 대책들마저 신뢰하기 어렵다. 일 년 전 국회의원의 다수가 찬성해 도입한 법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따져보자.

그 후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 부작용이 생겨났다면 고치면 될 뿐이다. 단말기 유통법의 성급한 개정 논의가 오히려 1년간 만들어 놓은 시장의 긍정적인 기능들마저 흔들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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