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조 '에버노트', 병든 유니콘 전락?

몸값 1조 '에버노트', 병든 유니콘 전락?

방윤영 기자
2015.10.11 09:20
/사진=에버노트 제공
/사진=에버노트 제공

몸값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스타트업 에버노트(Evernote)의 위기론이 확산 되고 있다.

에버노트는 2008년 서비스를 출시, 지난해 5월 기준 전세계 1억명이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 메모관리 앱이다. 2012년 총 2억7000만 달러(약 3136억 원)를 투자받고 유료 서비스 이용자가 3000만 명에 육박하면서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기업을 일컫는 유니콘(Unicorn)이 됐다. 에버노트가 조만간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거란 점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버노트의 성장세가 3년 만에 뒤바뀌고 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이 보도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에버노트는 지난 9개월 동안 약 18% 인원 감축을 시행했다. 해외지사 10곳 중 3곳도 철수키로 했다. 지난 7월에는 에버노트 공동 창업자 필 리빈(Phil Libin)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차기 대표로 구글 출신 크리스 오닐(Chris O'Neil)을 선임했다.

에버노트는 급성장세를 활용해 IPO를 시도할 만큼 충분한 수익을 얻는 데 실패한 '병든 유니콘'이 됐다는 시각이 중론이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그 원인으로 성장에 집중하지 못한 점, 공짜 마케팅·재정관리에 실패한 점 등이 꼽히고 있다.

원인1. 성장에 집중 실패

에버노트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에버노트는 핵심 역량인 노트 앱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무료 서비스 이용자를 유료로 바꾸는 데 집중하기보다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새로운 서비스들을 출시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는 지적이다.

예컨대 지난해 리빈 에버노트 전 대표는 언론으로부터 앱의 결함을 지적받은 뒤 서비스 품질 향상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6개월 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것. 에버노트는 요리법·음식 사진 공유 앱 '에버노트 푸드', 자동 명함 교환·인식 앱 '에버노트 헬로', 학습도구 앱 '에버노트 픽' 등 줄줄이 새로운 서비스들을 내놓았지만 현재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익명의 에버노트 전 직원은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통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에버노트에는 시장조사나 사용성 평가를 담당하는 팀이 없었다"며 "기업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원인2. 무료→유료 고객 전환 실패

에버노트는 공짜마케팅(freemium)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모았지만 실제 돈을 지불하는 유료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공짜마케팅이란 무료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한 뒤 고급 기능을 유료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앱 성장 전략이다.

에버노트는 매출로 이어지는 유료 사용자를 유인하는 전략보다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서비스를 개발·실험하는 데 집중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해 에버노트의 매출은 약 3600만 달러(약 418억 원)을 기록했다. 전세계 사용자가 1억 명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에버노트는 유료 사용자가 '수백만 명' 수준이라고만 밝힌 채 정확한 수치 공개는 거부하고 있다.

원인3. 과도한 사내복지 등으로 재정관리 실패

수익성이 나아지지 않은 형편에도 에버노트는 과도한 사내복지를 이어갔다.

에버노트는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집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지사 근무를 원하면 대부분 승인됐으며 체류 비용은 모두 회사가 지원했다. 4년째 매년 개최하고 있는 대규모 개발자 컨퍼런스인 '에버노트 컨퍼런스'도 지출 항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컨퍼런스 관련 팀의 인원감축이 이뤄진 만큼 컨퍼런스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에버노트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으나 사용자 기반이 탄탄하고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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