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외치나니 "금고의 변신은 무죄"

'세 모녀' 외치나니 "금고의 변신은 무죄"

김지민 기자
2016.05.02 03:00

선일금고, SKT와 손잡고 세계 최초 IoT 연계한 '스마트금고' 출시…"금고업, 서비스 관점으로 접근"

/김영숙 선일금고 대표가 금고(모델명: 루셀 2000)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김영숙 선일금고 대표가 금고(모델명: 루셀 2000)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또르륵….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15층 스마트홈사업부에 전화벨이 울렸다. 금고 제조업체 선일금고 경영진이었다. '대체 금고를 만드는 회사가 통신사를 찾은 이유가 뭘까' 궁금했던 담당 임원은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한걸음에 경기도 파주에서 달려와 금고업체를 운영한다고 소개한 이들은 엄마와 두 딸, 모녀지간이었다. 그들의 바람은 명쾌했다. "금고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금고가 IT(정보기술)와 만났다. 집 안 은밀한 구석에 숨겨진 둔탁한 철제제품으로 여겨지던 금고가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신기술과 엮였다. 선일금고는 스마트홈 사업을 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손잡고 국내 최초 IoT 금고 '루셀'을 출시한다. 사람들은 금고가 놓인 장소까지 가는 대신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금고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 흥미로운 콜라보는 선일금고가 시동을 걸었다. 선일금고는 고인이 된 김영호 회장이 1972년 창업한 금고 제조업체로, 국내 금고시장 1위 사업자다. 창업주 부인인 김영숙 대표(사진)와 두 딸이 각각 전무와 상무를 맡아 운영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세 모녀는 어둠의 영역에서 금고를 꺼내기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다.

"남편이 창업하던 당시 금고의 이미지는 딱 '투박하고 어두운 것' 정도였어요. 금고가 자꾸 구석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이것을 밖으로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금고를 가구처럼 만들어보기로 했죠. 계속 보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가구처럼요. 토요타에서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를 만들었듯이 말이죠."

고민의 첫 번째 결과물은 '루셀'이다. 루셀은 가구처럼 아름답고 세련된 금고를 만들고 싶었던 세 모녀가 만든 브랜드다. 금고의 상징인 핸들키를 없애고 금고 모서리에 박힌 경첩을 안으로 넣어 기존의 금고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금고 전면에는 강화유리를 넣어 그 안에 가족사진을 장식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금고의 화려한 변신이었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아름다운 금고'를 만드는 데 성공한 이들이 이제는 '똑똑한 금고'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고객들에게 어떤 점이 가장 걱정스러운지 물어봤더니 대답이 한결같았습니다. '내 금고를 누가 들고가면 어쩌냐'는 우려가 가장 많았어요. 이때부터 금고를 서비스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고에 이상이 감지되면 경보기를 울려주고 스마트폰으로 푸시 알람 서비스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도 이때부터였고요."

루셀은 이달 중 SK텔레콤과 협력해 진화된 보안 서비스를 겸비한 'IoT 금고'로 재탄생한다. 카메라로 실시간 금고를 촬영해 낯선 사람이 금고에 접근하거나 주변에 이상이 감지되면 이용자의 스마트폰으로 경보를 울려주고 SK텔레콤의 보안 자회사 NSOK(네오에스네트웍스)에 곧바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 금고는 선일금고가 입점해 있는 전국 주요 백화점에서 조만간 동시 출시할 계획이다.

선일금고는 'IoT 금고'를 들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으로 나갈 계획이다. 가구 못지 않은 세련된 디자인과 자타공인 품질력을 자랑하는 선일금고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중국 상해에 있는 5곳 백화점에서 선일금고가 판매되고 있다.

"금고의 A부터 Z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은 세계적으로 100곳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규모는 작지만 유럽이나 중국에서도 따라잡기 쉽지 않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우리의 뛰어난 기술력을 IT와 접목하면 전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속도를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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