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銀, '메기' 되려다 '미꾸라지' 되나

인터넷전문銀, '메기' 되려다 '미꾸라지' 되나

김지민 기자
2016.08.10 03:45

[디지털 빅뱅의 서문 '인터넷전문은행'上]은행법 개정안 답보…은산분리 완화 없인 경쟁력 '제로'

[편집자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불과 수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성공적인 연내 출범을 위해 참여 주체들이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은행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은행법 개정작업은 답보 상태다. 산업자본의 은행 경영을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책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선행되지 않고선 이용자들에게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의 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1년도 채 안돼 초대 행장에 이어 부행장까지 사퇴했다. 시중은행 출신인 행장이 비금융권 출신들과의 업무 진행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수뇌부가 흔들리자 경쟁 은행들은 협력 중단을 통보했다. 중국 1호 인터넷은행으로 호기롭게 출발한 위뱅크의 얘기로, 핀테크 사업에서의 책임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첫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앞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를 받고 서비스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경영 제한을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가로막혀 있다. 혁신을 주도할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책임경영과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요원한 상황이다.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美·日·EU에선 산업자본 규제 제한적…ICT 기업이 주도권 잡고 금융시장 도약=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배 관련 제한이 없다. 일본은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배를 제한하는 명시적 조문이 없다. 유럽도 별도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은산분리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에서도 산업자본이 일반은행의 지분 25%까지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배주주를 ICT 기업이 도맡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다. 일본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6개 인터넷 전문은행 중 4개 은행의 주요 지배주주가 ICT 기업이다. 일본 라쿠텐은행 최대주주 라쿠텐과 재팬넷은행 최대주주 야후는 각각 100%와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은행의 최대주주인 KDDI의 지분율은 50%에 달한다. 중국 마이뱅크도 알리바바가 30%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ICT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출발한 이들은 혁신 속도 면에서 남다르다. 지분은행은 모회사 KDDI의 통신역량을 활용해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아도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했고, 독일 피도르 뱅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출, 예금금리를 조정하는 신개념 서비스를 선였다. 중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으로부터 전자상거래 이용 정보를 바탕으로 한 중금리대출 서비스를 강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문종진 명지대학교 교수는 “핀테크시장은 금융업의 독점적 성격을 벗어나 금융업과 비금융업의 경계, 금융거래의 국가 간 경계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라며 “우리나라도 혁신성을 갖춘 경영주체가 금융업에 진입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 비해 엄격한 韓 은산분리 규정…족쇄 풀려야=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의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4%(의결권 없는 주식 포함 10%)로 제한하고 있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주축인 KT와 카카오의 지분율은 10% 미만이다.

이들은 연내 출범을 목표로 본인가 신청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K뱅크는 늦어도 9월 초, 카카오뱅크는 11~12월 중 본인가를 신청하겠단 계획이다. 문제는 본인가를 받고 영업을 시작하고 뒤다. 업계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 개시 후 BEP(손익분기점)를 넘기까지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 경영을 위해선 증자를 통해 의결권 있는 지분을 높여야 하는데 현행 은행법상에선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도 법 개정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여당의원들도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50%를 보유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했고 강석진 의원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재벌)을 제외한 기업에 한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50%이내를 보유토록 제안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개정안에는 은산분리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안전장치들이 포함돼 있어 은산유착의 폐혜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며 “법에 발목 잡혀 인터넷 전문은행이 날개도 못 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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