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산 해운대에 사는 A씨는 최근 집 근처 장산에 올랐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산 중턱쯤에 다다르자 해외에 나갔을 때 휴대폰으로 자동 전송되는 해외 로밍요금 및 영사콜센터 전화번호 안내문자 여러 통이 동시다발로 전송된 것이다.
스마트폰(아이폰) 첫 화면을 확인한 A씨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화면 상단의 전파 신호가 A씨가 가입해 있는 한 국내 통신사에서 일본 통신사인 KDDI로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해운대에서 등산을 즐기던 A씨가 졸지에 일본 출장자나 여행객이 된 셈이다.
A씨는 "해외 출장이 잦아 자동해외로밍서비스를 사용 중인데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하루 1만원짜리 국제전화 로밍요금이 부과돼 있길래 통신사에 환불을 요구하고 돌려 받았다"고 말했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A씨의 황당 실사례는 일본 통신사의 쓰시마섬(대마도) 무선전화 기지국에서 발사한 전파가 국내 통신사의 전파를 방해하거나 먼저 침입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통신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A씨가 사용하는 단말기(아이폰)의 설계 특성과 부산·쓰시마 사이의 가까운 거리, 전파의 특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쓰시마는 부산에서 직선 기선으로 49.5km 거리에 있다. 부산-제주도 거리(85km)보다 훨씬 가까워 날씨가 좋으면 부산에서 쓰시마가 보인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해상에선 전파가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물이 있는 육상보단 해상에서 전파 강도가 세고 도달 거리가 훨씬 길어 쓰시마에서 발신된 전파가 해운대에서 잡혔다는 것이다.
전파 신호를 포착하는 단말기 설계도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브랜드 스마트폰의 경우, 신호가 약한 곳에서 강도나 세기와 무관하게 국내 기지국 전파를 먼저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의 경우 무작위로 전파 세기가 강한 쪽을 선택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말 설계가 어떻게 돼 있느냐에 따라 국내외 통신사 기지국의 전파 중 어떤 것을 먼저 잡는지 달라진다"고 말했다. A씨가 사용하는 단말기도 아이폰 기종이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해운대. 2020.03.01. yulnetphoto@newsis.com](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0/03/2020031710401811076_3.jpg)
역으로 일본 쓰시마에서도 비슷한 일이 곧잘 일어나곤 했다. 흔치는 않지만 대마도로 여행간 국내 관광객이 로밍 서비스 없이 국제전화를 이용하는 특혜를 누린 경우도 있다고 한다. 쓰시마에서 국내 무선전화 기지국의 전파가 잡혀 가능한 일이다. 쓰시마는 일본 본토와 80km 가량 떨어져 있어 부산과 훨씬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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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쓰시마 현지인들이 A씨와 같은 황당 경험을 하는 일도 없지 않았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2008년 부산의 무선전화 기지국 전파가 쓰시마 북단까지 도달해 일본 내에서 국내통화를 한 이용자에게 국제전화 요금폭탄이 청구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현상은 국경을 끼고 여러 나라가 몰려 있는 유럽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쓰시마와 해상거리가 가까운 부산에서도 국내 무선전화 기지국의 전파가 약한 산이나 섬 등에서 특히 이런 사례가 벌어진다"며 "로밍 에러로 요금이 발생하면 고객센터에서 접수해 개별적으로 확인한 후 감면 처리를 해 준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