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표 ‘그린뉴딜’ 美 과학계 화두…“韓기업 진출 기회 열린다”

바이든표 ‘그린뉴딜’ 美 과학계 화두…“韓기업 진출 기회 열린다”

류준영 기자
2020.11.05 13:51

[美 대선]서로 노선 달랐던 R&D 투자…바이든 당선 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재정비 예상

조 바이든 선거캠프의 과학 슬로건이 새겨진 마스크.   미국의 영혼을 위한 전투에서 우리는 소설보다 과학을 택한다(In battle for America's soul we choose science over fiction)는 의미가 압축돼 표시돼 있다/자료사진
조 바이든 선거캠프의 과학 슬로건이 새겨진 마스크. 미국의 영혼을 위한 전투에서 우리는 소설보다 과학을 택한다(In battle for America's soul we choose science over fiction)는 의미가 압축돼 표시돼 있다/자료사진

“4년을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4년 집권 기간 내내 야박한 대우를 받아왔던 미국 과학기술계가 이번 대선을 바라본 반응을 종합하면 이처럼 표현된다. 5일 조 바이든 민주당 미국 대선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진 가운데, 바이든이 승기를 잡을 경우 일어날 미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바이든은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미국의 영혼을 위한 전투에서 우리는 소설보다 과학을 택한다(In battle for America's soul we choose science over fiction)”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역할론을 줄곧 강조해온 민주당의 기조와 바이든의 대권 공약을 보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행해진 ‘과학기술계 홀대’는 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트럼프와 조 바이든의 과학기술정책관련 핵심 공약을 비교하고, 우리나라 대응 방향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트럼프 ‘국방·제조’ 바이든 ‘보건·기후’ 방점

최근 미국 정보통신혁신재단(ITIF)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과학기술정책센터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과학기술 정책을 비교·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양 진영의 접근법은 특정 부분에서 다른 시각을 나타낸다. 두 후보 모두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지속·확대하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는 다른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것.

먼저, 트럼프는 AI 투자 확대, 자율주행차 도시 주행 허가, 첨단원자력기술 지원 외에 사회기반 시설 등 직면한 현안 과제 해결을 중심으로 지원해 왔다.

트럼프는 특히 중국 견제를 위한 국방 R&D(연구·개발)와 ‘탈중국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 자국 복귀)에 시동을 건 후 제조 부문 R&D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왔다. 화웨이 견제 차원에서 첨단 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자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신규 반도체 공장 설립을 적극 지원한 게 대표적인 예다.

전 세계가 '탄소 제로'를 목표로 한 클린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 트럼프 정부는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세일혁명’ 기반의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개발에 더 치중했다.

반면,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을 비롯한 비(非) 국방·제조 연구 분야인 기초·보건·우주는 소외될 수 밖에 없었다. 트럼프는 이 분야 R&D 예산 확대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트럼프가 2017년 취임한 이래 정부 연구기관들은 막대한 예산 삭감에 시달려 왔다. 관련한 예로 2017년 3월 미국 환경보호청(EPA), 국립보건원(NIH) 등 미국 주요 연구기관의 재정이 대폭 줄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인 달 탐사 계획’도 막대한 지출을 이유로 기존 2028년에서 2024년으로 단축했다.

바이든 집권 후에는 기후변화, 국민의료 부문이 우선될 전망이다. 그는 대선 공약에서 4년간 ‘청정에너지 개발’에 1조7000억 달러(약 1921조원)을 투입해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기후변화 와 같은 글로벌 문제에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차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에 4000억 달러(452조)를 투자하고, 150만개의 에너지 효율화 주택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목표 재설정을 주제로 한 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 세계 주요 기후과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대한 펀딩을 다시 제공하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COVID-19)로 촉발된 공중 보건 위협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공약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글로벌 보건안보 및 바이오 방어국을 복원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재정비…과학자 정책참여도↑

트럼프가 과학기술 개발에 있어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중앙정부 권한의 축소 또는 분권화를 지향하는 정부형태)를 지향했다면, 바이든은 정부 재정지출을 높이고 간섭·제재를 강화하는 ‘큰 정부’(big government)를 추구하고 있다.

ITIF 보고서는 이에 대해 “바이든은 산업계 협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국가 주도 R&D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끌 것”이라며 “이를 위한 연구개발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과학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의 재정비부터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박사는 “바이든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위상을 높이고, 백악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고명한 과학자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정부 정책에서 과학자의 참여 확대도 예상된다. 트럼프의 통치 방식에 실망한 과학자 사회의 분노가 바이든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만큼, 바이든 집권시 과학자의 정책참여 요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홍 박사는 “주요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학자의 직·간접적 관여가 늘어나고, 과학자 사회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 투자의 우선순위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그린뉴딜 연계, 美 에너지 기반 시설 투자에 국내 기업 참여 모색”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과학기술정책센터는 바이든 당선 시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과 바이든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연계한 청정기술,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장재 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은 “바이든 후보의 ‘청정에너지·인프라 계획’의 투자 부문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우리나라 ‘그린뉴딜 정책’ 3대 분야와 맞닿아 있다"면서 "각 부문별로 양국 간 협력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 효율화 주택 등 에너지 기반 시설 분야 투자에 따른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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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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