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 또 뚫린 백신 예약시스템…전문가 얘기 들었더니 "너무 허술"

'뒷문' 또 뚫린 백신 예약시스템…전문가 얘기 들었더니 "너무 허술"

차현아 기자
2021.07.20 15:13

개발자 모드 활용·시간 설정 변경으로 바로 접속 예약 우회로 뚫려
누리꾼·전문가 "정부 사이트치곤 너무 허술...경험없는 개발자 탓"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55세~59세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이 재개된 14일 오후 한 시민이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다. 이날 20시 재개된 55세~59세 연령층과 60세~74세 고령층 중 사전예약 후 미접종자 예약은 24일 18시까지 진행된다. 2021.07.14.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55세~59세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이 재개된 14일 오후 한 시민이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다. 이날 20시 재개된 55세~59세 연령층과 60세~74세 고령층 중 사전예약 후 미접종자 예약은 24일 18시까지 진행된다. 2021.07.14. [email protected]

"이 정도 규모의 사이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개발자가 만든 것 같다."

만 53~54세 대상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예약 시스템에 또 다시 오류가 발생했다. 정보기술(IT)업계 전문가들은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을만큼 웹 사이트가 허술하게 짜여진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백신 접종 일정이 급하다지만 수십만명의 국민들이 동시 접속하는 사이트를 제대로 된 오류 검증없이 운영했다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컴퓨터 시간 바꾸고 코드 수정...편법에 수초만에 뚫린 예약 시스템

20일 IT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서는 인터넷 브라우저의 개발자 모드를 이용하면 대기없이 시스템에서 예약이 가능한 오류가 발생했다. 컴퓨터 웹 브라우저에서 F12키를 이용해 개발자 모드-콘솔로 들어간 뒤 'N'을 누르면 된다는 것이다. 전날 오후 8시부터 예약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시스템 접속도 원활하지 않았다. 자정 기준 대기인원은 약 37만명에 달했으며 예상 대기시간만 26시간이었다. 이 방법을 사용해 수십만명의 대기를 뚫고 수 초 만에 예약이 가능했다는 후기도 이어진다.

디시인사이드와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우회방법이 공유됐다. 윈도 제어판에 들어가 '자동 시간설정'을 끄고 시간을 바꾼 뒤 접속하는 방법도 있다. 출생연도에 따라 순차 접수를 받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사이트 접속 후 예약 대기 중 비행기모드로 전환했다가 켠 뒤 새로고침을 누르면 바로 예약가능하다는 또 다른 '꿀팁'도 나왔다.

많은 누리꾼들이 실제로 예약에 성공했다는 댓글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어머니 예약 해드리려고 새벽 3시부터 시도하다가 (우회접속 방법으로) 바로 성공해서 무거운 눈을 붙일 수 있게 됐다"는 후기를 남겼다. 정부가 만든 사이트가 너무 쉽게 뚫려 황당하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인데 이렇게 시간만 바꿔도 바로 접속되는게 가능한 일이냐"고 했다. 논란이 이어진 후 이런 우회로들은 지금은 모두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게시글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게시글 갈무리.
전문가들 "아무리 급하다지만 너무 허술...개발 후 검증 했어야"

IT업계 전문가들은 누구나 쉽게 사이트 설정을 변경할 수 있을만큼 허술한 사이트 구성이 화를 불렀다고 입을 모았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코드가 백엔드(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에서 서버 측에 해당하는 영역)가 아닌 프론트엔드(사용자가 접속해서 이용하는 인터페이스 영역)에 그대로 노출돼 있던 것"이라며 "코드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고 직접 고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사실상 코드를 오픈해놓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도 "서버가 다운되는 것을 피하려 프론트엔드에 예약 대기표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 같다"며 "이를 백엔드랑 연계해 서버에서 예약 내역을 검증하는 절차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빠졌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만 바꿔도 예약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스템 시간 설정을 서버가 아닌 로컬(PC나 스마트폰) 시간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한 사이버보안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NTP(Network Time Protocol, 네트워크를 통해 서버와 여러 PC 간 시간을 동기화하는 프로토콜) 등을 설정해 임의로 시간을 변경할 수 없도록 구현하는데 (코드에는) 이 부분이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예방접종 대상이 추가될 때마다 코로나 백신 사전예약 시스템 오류는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의 행정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14일에도 예약 페이지에 오류가 발생했다. 55~59세 대상 사전예약 접수를 시작하기 전, 예약 페이지에 접속이 가능한 링크를 연결해두면서 소위 '뒷문' 논란이 불거졌다.

한 전문가는 "날짜 오류는 단순 실수라고 할 수 있어도, 프론트엔드에 코드를 그대로 노출했던 건 일반적이지 않은 실수"라며 "개발자가 이 정도 동시 접속자가 발생하는 사이트 개발 경험이 없어서 누군가 코드를 들여다보고 사이트를 직접 손댈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급하게 프로그램을 구현하다보니 코드의 유효성이나 오류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며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코드검증이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현재시간을 추출하는 방식 등 코딩오류가 있었다"며 "현재는 관련 코드를 수정해 반영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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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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