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한 가운데 키보드 소리만 가득한 LG유플러스 시큐리티 해커톤 본선 현장. 전국 고교생·대학생 12팀(46명)이 AI(인공지능) 서비스 및 프로그램에서 보안 취약점을 찾거나 암호를 해독하는 보안 문제를 풀기 위해 집중한 시간이 약 7시간 동안 이어졌다.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유플러스(17,170원 0%) 시큐리티 해커톤 : 그로쓰 시큐리티 2024'는 통신사에서 처음 개최한 보안 대회다. 지난해부터 보안 조직을 강화하는 LG유플러스가 미래 보안 인재 육성을 위해 마련했다. 지난해 홍관희 CISO(사이버보안센터장, 전무)가 취임하면서 사이버보안센터 인력은 3배 늘어 현재 약 90명에 달한다.
홍 전무는 "보안 부문을 강화하면서 관련 인력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며 "숨은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순수 고교생·대학생만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고교생과 대학생을 같은 조건에서 심사하게 된 이유를 묻자 홍 전무는 "최근 해킹에 실력 있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네명' 팀은 특성화고인 세명컴퓨터고 학생들로 구성됐다.

온라인으로 치러진 예선에는 약 500명이 참여했고, 이 중 상위 12팀이 본선에 올랐다. 이 중 2팀이 고등학생, 9팀이 대학생, 1팀이 고교생·대학생 연합팀이다. 1등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과 내년도 대회 본선 진출권이 주어졌다. 행사 실무를 맡은 류민수 LG유플러스 사이버보안점검팀 선임은 "통신사에서 보안 해커톤을 처음 여는 거라 100명 정도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이 접수했다"며 "오히려 회사 재직 중인 대학생들이 참여를 문의할 정도였다"고 했다.
제출된 문제는 총 12개. 다른 팀이 못 푼 문제를 풀수록 더 높은 크레딧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어려운 문제를 푼 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참가자들은 정면 스크린에 표시된 각 팀 실시간 점수 및 등수를 틈틈이 들여다보며 문제풀이에 빠져들었다. 문제풀이 시간이 끝난 뒤 특별히 어려웠던 문제를 해설하는 시간과 선배 해커인 조정현 엔키화이트햇 부사장의 특강도 진행됐다. 대회가 끝난 후에도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대회 기간 운영하던 디스코드 채널을 유지한다.

우승팀은 대학 연합 4인으로 구성된 '벌집으로 만들어주지(김진우·박선호·안현준·이동후)'였다. 시작부터 앞서나가던 벌집으로 만들어주지는 참가팀 중 유일하게 3000점이 넘는 고득점을 획득했다. 나머지 2~6등 수상자는 1000점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해킹을 잘하는 친구들을 추천받아 모였다"며 "예선에서 1등을 해서 우승할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3등을 차지한 '현재 사용자의 국가 또는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팀명입니다(전영현·김건호·강지원)'는 순위권에 든 유일한 고교생 팀이다. 부산에 사는 전영현·강지원 학생은 당일 아침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해커톤 현장에 도착해 운영팀의 특별 관심 대상이 되기도 했다. 미성년자끼리는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회 시작에도 늦을 뻔했고, 예선 때 거의 꼴등으로 올라오기도 해서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3등을 해서 기분이 좋다"며 "특히 어려운 암호학 관련 문제를 풀어 점수를 많이 얻은 게 유효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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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46명의 본선 참가자 중 여학생은 단 1명이었다. '고점에 사람있어요' 팀의 김아은 학생은 "(혼자 여자라) 저도 깜짝 놀랐다"며 "주변에 더 홍보해서 내년에는 더 많은 여성 해커들이 참가하면 좋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