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학계 올림픽' 금메달 단골인데…예산 부족에 개최 '난항'

단독 '과학계 올림픽' 금메달 단골인데…예산 부족에 개최 '난항'

박건희 기자
2026.02.18 07:00

국제천문올림피아드, 2029년 첫 한국 개최 예정
"기업 문도 두드리기 힘든 현실"
5월 국내 개최 앞둔 아시아물리올림피아드도 '규모 축소'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학장학생·올림피아드 대표단 친수 및 간담회(미래 과학자와의 대화)에서 국제과학올림피아드 대표단에게 우리나라 도약을 이끌 미래 과학자로서 다짐을 담은 기념액자 전달을 받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학장학생·올림피아드 대표단 친수 및 간담회(미래 과학자와의 대화)에서 국제과학올림피아드 대표단에게 우리나라 도약을 이끌 미래 과학자로서 다짐을 담은 기념액자 전달을 받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기초과학계가 '과학계 올림픽'이라 불리는 국제올림피아드 개최를 앞두고 예산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9년 국제천문·천체물리올림피아드를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할 예정이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국내 개최를 앞둔 아시아올림피아드도 참가 학생의 숙박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혔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는 20세 미만 전 세계 영재 학생이 참가해 수학·물리·화학·생물·정보 등 기초과학 분야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50~60개국에서 500여명이 개최국에 방문해 약 일주일간 머물며 시험을 치른다. 한국은 매년 과학올림피아드 전 분야에서 참가자 전원이 메달을 획득하는 등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국가다.

과학올림피아드는 해당 분야의 국내 학회가 주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과학창의재단을 통해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다. 부족한 예산은 민간 기업의 지원도 받는다. 삼성전자(181,200원 ▲2,600 +1.46%)는 국제수학·물리올림피아드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1,710,000원 ▼9,000 -0.52%)는 국제생물올림피아드를 후원했다. 한화생명(4,830원 ▲335 +7.45%)은 국제정보올림피아드를 후원했다.

2025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국제천문올림피아드(IOAA)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한국팀이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사진=IOAA
2025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국제천문올림피아드(IOAA)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한국팀이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사진=IOAA

주요 참가국이 매년 돌아가며 대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한국천문학회는 2029년 국제천문·천체물리올림피아드 국내 개최를 해외 학계와 타진 중이다. 성사되면 국내 첫 개최다. 천문올림피아드의 시작은 2007년으로, 첫 개최 이후 약 19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국이 주관한 적은 없다.

학회 관계자는 "한국의 경제적 수준을 감안하면 이미 오래전에 개최했어야 했지만, 그간 여러 이유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국제 연맹에서 이제 한국에서 열 때가 됐다고 우리 측에 제안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대회는 인도에서 열렸고, 올해는 베트남에서 열린다.

문제는 예산이다. 연맹 규정에 따라 각국 참가팀은 약 2000유로(약 340만원)의 참가비를 낸다. 나머지는 주최국의 몫이다. 대회 장소 대여, 시험 문제 출제 및 관련 기기 준비, 일주일 치 참가자 숙박비와 식비 등을 마련해야 한다. 창의재단이 지원하는 1년 예산은 약 2억원인데 이 예산은 참가 학생을 모집하고 교육하는 데 쓰인다. 대회 개최를 위한 예산은 따로 마련해야 한다.

학회 관계자는 "약 3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 않다"며 "정부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자구책으로 민간 기업에도 요청 중인데 순수과학적 성격이 큰 천문학의 특성상 수학, 생물에 비해 기업의 호응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나마 우주 산업계가 연관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스타트업이다.

이 관계자는 "필요한 예산의 약 절반 정도를 학회가 마련했지만, 여전히 10억원 정도가 비어있다"며 "개최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학생이 꾸준히 대회에 참가해 성과를 내는 만큼 언제까지 주최를 미룰 순 없다"고 했다.

규모 줄이는 아시아물리올림피아드… 학회-정부 간 '사전 협의' 필요성도
 2025년 5월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서 개최된 제25회 아시아물리올림피아드에서 한국대표단 8명 전원이 메달(금 5명, 은 3명)을 획득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5년 5월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서 개최된 제25회 아시아물리올림피아드에서 한국대표단 8명 전원이 메달(금 5명, 은 3명)을 획득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아시아물리올림피아드를 국내 유치한 한국물리학회는 실제 예산 문제로 대회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5월 부산에서 열릴 아시아물리올림피아드의 예산은 5억2000만원이다. 학회는 이 예산으로는 장소 대여를 비롯해 참가자 숙박비·식비 마련도 어렵다고 보고, 대회 개최 장소를 벡스코에서 부산 시내 대학 강당으로 옮겼다.

윤진희 한국물리학회장은 "당초 20억원 규모로 예상됐던 개최 비용을 14억원으로 줄이는 등 비용 축소를 위해 노력한다"며 "다만 학생들이 대회 기간 잠을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인 숙소만큼은 더 질을 낮출 수 없다"고 했다. 2인 1실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물가로 인해 최소 1박 10만원 이상 지출된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물리올림피아드에는 아시아 30여개국 약 300명의 학생과 인솔진이 참석한다.

5억원 규모 예산은 실상 2024년 초 학회가 먼저 요청한 금액이지만, 2년 사이 물가 변동 등으로 추가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학회 측의 설명이다. 학회는 지난해 약 4억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대회를 3개월 앞두고 지자체와 민간 기업을 설득 중이다. 개최지인 부산시가 5000만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과학계 올림픽'을 앞두고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과학올림피아드 운영과 관련해 명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은 학회가 대회를 유치한 후 기관에 통보하는 구조다. 예산을 관리하는 기관도 충분히 검토 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창의재단 관계자는 "국가 위상에 맞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싶다는 건 학회와 정부 모두 공감하는 바일 것"이라며 "대회 유치 전 학회와 정부가 먼저 관련 사항을 협의해 진행하는 절차가 있다면 좀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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