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걸로 가계정 파면 됨" SNS 규제 비웃는 청소년...외국 사례 보니

"엄마 걸로 가계정 파면 됨" SNS 규제 비웃는 청소년...외국 사례 보니

이정현 기자, 박건희 기자
2026.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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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4세 SNS 규제(下)

[편집자주] 청소년의 숏폼·SNS 과몰입을 막기 위해 정부가 14세 미만 SNS 가입 제한을 추진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국내외 플랫폼의 인증 체계와 규제 집행력은 크게 다르다. 해외 선행 사례를 통해 실효성과 개인정보 처리 기준, 우회 가입, 오인 차단 등 문제를 짚어본다.

ID 기반·패밀리 계정…네카오, 준비 끝냈다

③플랫폼별 안전장치 강화…"정부 제재 신중 필요" 목소리

청소년 보호 강화하는 플랫폼들/그래픽=김지영
청소년 보호 강화하는 플랫폼들/그래픽=김지영

정부가 청소년의 SNS 과의존을 예방하기 위해 플랫폼을 규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국내 플랫폼업계는 이미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IT(정보기술)업계에 따르면 네이버(NAVER(196,900원 ▲3,900 +2.02%))는 숏폼 플랫폼 '클립'에 가입할 수 있는 이용자를 네이버 ID 기반으로 본인인증을 완료한 경우로 한정한다. 회원정책에 따라 14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 네이버는 클립 초창기엔 콘텐츠의 건전성을 위해 인증된 크리에이터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전국민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에 숏폼탭을 추가한 카카오(35,500원 ▲200 +0.57%)는 안전장치를 더 강화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자녀보호' 기능을 신규 도입해 패밀리 계정에 대표자로 등록된 19세 이상 보호자가 자녀의 서비스 이용범위를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자가 미성년 자녀를 초대해 보호대상으로 등록하면 보호자는 자녀의 숏폼과 오픈채팅 이용환경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미성년자 자녀를 둔 보호자의 경우 고객센터 접수 등의 절차 없이 카카오톡 안에서 간편하게 자녀 보호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자녀의 숏폼 및 오픈채팅 서비스 이용 설정을 세분화해 보다 정교한 관리가 가능해진다. 숏폼 콘텐츠는 '숏폼 이용', '댓글 작성', '검색 이용' 등 총 3개의 기능을 개별 관리할 수 있으며 숏폼 시청을 포함한 서비스 이용 전체를 제한할 수도 있고 댓글 작성이나 검색 기능만을 각각 제한할 수도 있다.

오픈채팅 이용도 채팅방별로 구분해서 관리할 수 있다. 미성년자의 신규 오픈채팅 생성 및 참여를 차단하는 기존 옵션에 더해 채팅방별로 보호자가 승인하면 참여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자녀의 학교나 학원 등 일상 접점에서 개별 오픈채팅방 참여가 필요한 경우 자녀가 참여하고 싶은 채팅방을 보호자에게 요청하면 알림이 발송된다.

네카오(네이버+카카오)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도 청소년 보호를 위해 노력 중이다. 메타는 지난 5월 청소년 계정 보호조치인 '13+ 설정'을 도입했다. 18세 미만 이용자 계정의 콘텐츠 노출수위는 13세관람가 영화등급에 맞춰 일괄조정하고 피드, 스토리, DM(다이렉트메시지) 검색에서도 유해 키워드를 원천차단한다. 성인용 콘텐츠를 올리는 계정은 청소년 팔로우를 막았다.

또 청소년 계정은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설정된다. 기존 연결된 사람과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 앱 사용시간이 60분을 넘기면 강제종료 알림이 뜬다. 심야 시간대 알림을 차단하는 수면 모드도 기본적으로 활성화된다.

이처럼 플랫폼별로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제재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인인증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를 더 많이 요구하게 될 수도 있고 해외 플랫폼의 경우 인증수단부터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규제상황을 생각했을 때 메타나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보다 국내 플랫폼에만 적용되는 규제가 될 가능성도 높다.

IT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미성년자의 SNS 중독이 문제가 되고 있어 플랫폼별로 이에 대한 조처를 강화하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나서서 제재하겠다는 뜻은 알겠으나 규제의 범위나 방식에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지? 우회하면 되는데요" 호주 SNS 규제의 경고

④청소년 SNS 규제, 해외의 성적표

청소년 SNS 규제 주요 해외국 사례/그래픽=윤선정
청소년 SNS 규제 주요 해외국 사례/그래픽=윤선정

세계 최초로 청소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규제를 도입한 호주가 '실효성'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계 각국이 호주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규제책을 고심한다.

최근 호주의 온라인 안전규제기관 'e세이프티'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청소년 SNS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플랫폼기업에 기존 대비 2배 높은 1000억원대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재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페이스북·틱톡·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을 대상으로 규제의 실효성을 따지는 실태조사도 벌일 방침이다.

호주가 이처럼 강력한 제재안을 내놓은 것은 올해 초부터 시행한 청소년 SNS 규제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서다. 호주 뉴캐슬대학의 의학및공중보건대 연구진이 지난달 24일 국제 학술지 'bmj'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2~16세 호주 청소년 408명 중 85% 이상이 규제가 시행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계정으로 SNS를 이용했다. 이중 3분의 2는 계정 생성 과정에서 나이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답했다.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라 마음만 먹으면 허위 정보 기재가 가능한 셈이다. 응답자의 29%는 부모나 형제의 이름을 빌린 가계정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VPN으로 우회 가입한 응답자도 전체의 11%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플랫폼 기업의 소극적 시스템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호주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온라인안전법 개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켜 플랫폼기업이 차단방식을 직접 마련하고 책임지도록 했다. 아울러 'e세이프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플랫폼에 최대 50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이에 호주 전역에서 470만개 SNS계정이 폐쇄되고 각 플랫폼이 차단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대부분 '나이확인' 절차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의 경우 안면인증 방식을 도입했지만 생체정보 수집과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가 커 광범위한 적용은 어렵다는 평가다.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 인증방식도 있지만 호주 개인정보 보호조항에 따라 대체안을 반드시 함께 제공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아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장관이 2026년 1월 10일 시드니에서 16세 미만 아동에 대한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앤서니 앨버니즈 총리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장관이 2026년 1월 10일 시드니에서 16세 미만 아동에 대한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앤서니 앨버니즈 총리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 상반기에 SNS 규제를 시작하는 영국의 경우 연령별 제재방식을 다양화했다. 영국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에 따르면 16세 미만 청소년은 SNS 가입을 금지하되 16~17세에 대해선 야간시간에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를 적용한다. 플랫폼은 청소년계정에 한해 '무한스크롤'이 비활성화되도록 기본값을 설정해야 한다.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일대일 채팅도 연령인증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은 신중한 모습이다. 획일적인 나이제한이나 SNS 전면금지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플랫폼기업이 의무적으로 청소년 유해요소를 자체점검토록 하고 게시물 열람과 이용시간 제한 등의 조치를 마련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프랑스·브라질·덴마크·노르웨이 등이 청소년 SNS 이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준비하거나 시행을 앞뒀다.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SNS의 위해성에 대한 학술적 논쟁은 존재하지만 적어도 청소년의 일상생활 구조 자체가 SNS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많은 연구자들이 공유한다"며 "플랫폼이 이윤은 사유화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공동체에 전가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예외적인 조치가 아니라 민주사회가 수행해야 하는 최소한의 책무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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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희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박건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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