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를 1년 동안 만든다고?

소시지를 1년 동안 만든다고?

문성실 기자
2013.03.23 05:58

[문성실이 만난 이로운 상품]슬로푸드 만드는 사회적기업, 평화의 마을

↑제주도의 사회복지법인 평화의마을 전경. ⓒ문성실
↑제주도의 사회복지법인 평화의마을 전경. ⓒ문성실

편집자주사회적기업·공정무역·기부 연계·친환경 등등 자칭 '착한 소비' 상품은 느는데, 소비자들이 어떤 게 진짜 착한 지 판단할 만한 정보는 적습니다. 작품을 설명해주는 미술관 큐레이터처럼 상품에도 큐레이터가 있다면 어떨까요? '둥이맘 문성실의 이야기가 있는 밥상' 운영자가 소비자의 눈으로 사회와 자연뿐만 아니라 소비자한테도 이로운 상품을 찾아 소개해드립니다.

소시지나 햄은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먹을거리죠. 하지만 방부제·착향제·착색제 등 갖가지 화학첨가물이 들어간 줄 알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핑계로 그냥 먹이다 보면 어쩐지 어른으로서 미안해집니다.

까다롭게 따지고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만든 소시지가 있다고 해서 제주맘 소시지를 만드는 평화의 마을을 찾아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이귀경 사회복지법인 평화의마을 원장. ⓒ문성실
↑이귀경 사회복지법인 평화의마을 원장. ⓒ문성실

평화의마을은 사회적기업이자 사회복지법인입니다. 기술을 보유하신 공장장님과 조리사분들, 그리고 7명의 사회복지사 분들과 함께 약 30여 명의 지적장애인 분들이 일하고 계십니다.

영리기업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사회적기업은 사회서비스의 제공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일반 영리기업과 차이가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또 사회 취약계층이 만든 식품이라고 한다면, 일반 사람들이 당연히 구입을 통해 도와야 하는 것일까요? 사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적기업의 상품을 착한 소비라 칭하며 무조건 사주기보다는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당에서 귤껍질을 말리고 있는 평화의마을 직원들.ⓒ문성실
↑마당에서 귤껍질을 말리고 있는 평화의마을 직원들.ⓒ문성실

이제는 사회적기업 상품도 많이 늘어서 착한 소비를 해야 할 먹을거리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상황에선 사회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사랑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착한 상품이라 생각합니다. 식품이라면 먼저 안전해야 하고 사람들의 입에 맛있어야 하겠지요.

평화의 마을 소시지는 사회적기업 제품임을 내세우지 않아도 당당할 만큼 소시지의 맛과 품질이 우수합니다. 이곳은 지난해 일반 축산물을 가공하는 대기업도 받기 힘들다는 축산물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운용 우수 작업장 상을 받았습니다. 축산관련 연구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 심사위원과 외부 심사위원의 엄정한 심사를 통해 받은 아주 값진 상입니다.

제주맘의 햄은 재료도 우수합니다. 제주도의 특성을 잘 살린 우수한 흑돼지 중에서도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그것도 냉동이 아닌 냉장육으로 만들지요.

이곳 총 책임자이신 이귀경 원장님을 만났습니다. 이 원장님은 "저희 제주맘 소시지는 딱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슬로푸드"라고 설명했습니다. 1년 동안 갖가지 재료를 준비해 천천히 만든다는 것이지요.

↑평화의마을이 만든 제주맘 소시지와 햄으로 만든 요리들. ⓒ문성실
↑평화의마을이 만든 제주맘 소시지와 햄으로 만든 요리들. ⓒ문성실

"우리는 봄이면 청량고추를 심어요. 광양매실과 국내산 메주로 매실엑기스와 간장을 담가요. 장마 전엔 제주도 대정마늘을 앞마당에 널어 말려 손으로 껍질을 깝니다. 강원도에서 훈연에 쓰일 참나무를 들여오고, 인공조미료를 대신할 국산 다시마와 제주산 표고버섯을 사서 건조시켜요. 매일 아침, 냉장고에서 생돼지고기를 내어다 썰고 밭에서 키운 야채를 수확해 다듬어요. 이렇게 만드는 게 제주맘 소시지에요."

이곳은 10여 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 재료 본연의 식감과 맛을 살린 고급 소시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주도 유명 고급 호텔에도 소시지를 납품하고 있다고 해요. 호텔에서 조식 서비스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계란과 소시지는 가장 신경을 쓰는 품목으로 최고 책임자의 확인을 받아야 납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맘 소시지가 그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이지요.

'평화의 마을'이란 이름처럼 평화로운 들판 속 예쁜 공장, 오후의 따사로운 볕에 귤껍질을 다듬는 사람들이 있는 곳, 교수님마냥 전문적인 공장장과 조리사들이 각자 맡은 일은 완벽히 해내는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곳. 가서 보고 나니 입에서 절로 나오는 터져 나오는 말은 "깨끗하다!", "맛있겠다!"

9가지 맛의 소시지와 참나무 떡갈비맛 스테이크를 맛보았습니다. 소시지가 맛있으니 어떤 요리를 해도 맛있더군요. 그냥 데치고 구워 아이들에게 내어도 엄마인 저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소시지 중에서 가장 정성을 다해 제대로 만든 소시지를 골라주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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