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시장' 의료기기..안방은 외국기업 '독무대'

'황금알 시장' 의료기기..안방은 외국기업 '독무대'

김명룡 기자
2013.10.04 06:00

지멘스, GE, 필립스가 고가장비 시장 '장악'…전시회에 '삼성 직원' 출입금지하며 견제

고가의 의료장비는 선진 의료기기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컴퓨터단층촬영을 하고 있다.
고가의 의료장비는 선진 의료기기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컴퓨터단층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도심권에 문을 연 A건강검진센터는 고가의 진단장비를 모조리 외국산으로 채워야 했다. 컴퓨터단층촬영기(CT)와 자기공명영상기(MRI), 양전자단층촬영(PET)처럼 하나 같이 대당 10억원을 훌쩍 넘는 장비들이다.

국내 MRI 시장은 독일 지멘스가 거의 독점하고 있고, 다른 고가 진단장비 시장도 지멘스와 GE, 필립스 등 3개 외국 기업이 국산기업이 들어갈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이들 3개 외국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정확한 시장가격도 없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계 의료기기시장 규모 추이 및 성장률
자료:식약처, KTB증권
세계 의료기기시장 규모 추이 및 성장률 자료:식약처, KTB증권

A검진센터 행정원장은 "고가 의료기기는 국산 기업들도 거의 없는데다 성능에 대한 확신도 없어 외국 기업 제품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하지만 솔직히 국산 기업이 믿을 수 있는 수준의 의료기기를 내놓는다면 국산을 사고 싶다"고 밝혔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진출은 커녕 안방 시장마저 뺏긴 것이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현주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4조5923억원으로 이중 외국 의료기기가 2조9310억원으로 시장점유율 63.8%를 차지한다. 이익이 많이 남고 비싼 의료기기는 모두 외국 기업 차지다. 실제 국내 의료기기 수입금액의 55%는 지멘스와 GE헬스케어, 필립스, 존슨앤존슨 같은 일부 외국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세계 의료기기 시장도 이들 기업 차지다. 2011년 주요 외국 의료기기업체들의 매출은 존슨앤존슨 258억달러, GE 181억달러, 지멘스 174억달러, 필립스 123억달러 순이다. 반면 국내 1위인 삼성메디슨의 지난해 매출은 2억5000만달러(2770억원)로 아직 초라한 성적표다.

세계 의료기기시장 지역별 점유율
자료:식약처, KTB증권
세계 의료기기시장 지역별 점유율 자료:식약처, KTB증권

이 같은 격차는 의료기기 산업이 고도의 기술 융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전자계측공학, 정보공학, 재료공학, 의학, 이동통신에 이르기까지 CT 촬영기 1대에 들어가는 기술만도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존슨앤존슨는 1년 연구개발에만 삼성메디슨 연 매출의 7배 수준인 17억5000만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의료기기 사업부문을 강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삼성그룹은 특히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사업으로 꼽고 지난해 말 의료기기 분야를 독립사업부로 격상시켰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의료기기 부문에서 연 매출 10조원을 올리겠다는 포부도 내놓았다. LG전자도 첨단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세브란스병원과 차세대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외국 기업의 눈에 보이는 견제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의료기기 전시회에 삼성 직원들의 출입을 의도적으로 막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며 "아직 규모도 크지 않고, 매출도 미미한 상황인데도 견제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한국 의료기기 기업들의 사활을 건 승부는 앞으로도 계속 나와줘야 한다는 목소리다. 임달오 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의료기기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규모를 갖춘 기업들이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어야 한다"며 "첨단 제품을 개발하고 전문 분야를 더욱 파고 든다면 지멘스나 GE를 능가하는 의료기기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좀더 강력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뒷 따른다. 최종경 KTB증권 연구원은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수익성이 낮은 중저가 의료기기 생산만 해서는 발전이 없다"며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을 해줘 대기업들이 부가가치가 큰 첨단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황금알 시장'으로 지난해 3077억달러(340조원) 규모에서 2017년 4344억달러(480조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매년 10%에 가까운 성장률이다.

국내 의료기기시장 규모 추이 및 성장률
자료:식약처, KTB증권
국내 의료기기시장 규모 추이 및 성장률 자료:식약처, KTB증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명룡 증권부장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