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P1일담]②'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부센터장' 유경상 교수 인터뷰

"임상 연구를 통해 신약이 잘 승인받아서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높아지는 게 저희 임상책임자(PI)의 보람이죠.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것도 굉장히 큰 보람이고 1년에 몇천명씩 진료할 수 있겠지만 신약이 승인되면 우리나라 환자, 나아가 전 세계 환자에게 오랫동안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일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유경상 서울대의대 임상약리학 교수가 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부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임상약리학 분야의 선도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국내 초기 임상시험 발전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세계 임상시험의 날을 기념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표창을 수여받기도 했다.
유 교수는 "임상은 국내 제약산업과 함께 성장해왔는데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활성화도 큰 역할을 했다"며 "시험 하나에 수많은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 여러 임상책임자, 참여자들을 대표해 수상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매년 다수의 신약개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관리하는 유 교수는 한국이 임상강국으로 우뚝 선 이유로 우수한 의료 인프라, 열정적인 의료진을 꼽았다. 또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코넥트·KoNECT),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등 정부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에게 '한국이 임상강국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어떤 점이 더 필요하냐'고 묻자 "건강한 사람의 임상시험 참여가 많아져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임상시험은 환자가 신약을 시도할 기회로 주로 알려져있지만 약리학적인 측면에선 건강자원자의 임상시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해외에선 예전부터 건강한 사람이 임상시험에 참여해서 마치 헌혈처럼 공익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 신약이 개발되면 꼭 본인, 가족 등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혜택을 볼 수 있겠다는 공리적인 접근이 보편적인데 한국은 아직 시선이 좋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환자 중심의 임상시험이 되기 위해선 비대면, 원격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유 교수는 "원격 연구는 원격 진료와는 별개의 개념"이라며 "지방에서 오는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옵션을 다양하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예를 들어 주기적인 채혈이나 임상시험 약을 처방받는 등 위험도가 낮은 부분만 제한적으로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미국, 호주 등에선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많이 활성화됐다. 전통적인 임상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환자가 꼭 임상시험 실시기관에 방문하지 않고 집 근처 의료기관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가임상시험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제약사가 주도한 임상시험 점유율 국가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지만, DCT 활용도는 낮다. 2020년~2022년 단일국가 임상시험에서 한국의 DCT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DCT 선진국인 영국의 경우 12.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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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는 "여러 법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한 번에 하긴 어렵겠지만 규제 샌드박스처럼 시범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라며 "환자의 참여 기회를 늘리는 방법에서 접근하는 특별법 제안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금 당장의 변화가 실무자 입장에선 원하지 않는 불편함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나중에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한국은 DCT가 되냐'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고 하면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선 '한국에서 임상은 나중에 생각해보자'며 밀릴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젠 식료품을 사러 꼭 마트에 가지 않고, 은행 계좌도 비대면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지 않냐. DCT 활용도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DCT가 활성화되면 임상시험 참여자의 지역적 분포가 훨씬 다양해지고 지방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참여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