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주식시장 상장폐지(상폐) 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연구개발 중심의 바이오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는 매출 기반이 약한 기업도 많아 이번 제도 개편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다만 최소 시가총액 기준(600억원)이란 보완장치를 마련한 만큼 오히려 옥석 가리기를 통한 시장 질서 재편 등 긍정적 영향도 기대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은 21일 'IPO(기업공개)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신약 개발 바이오가 속한 코스닥 시장의 경우 상장 유지 요건을 단계적으로 시가총액(시총) 300억원, 매출액 100억원까지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코스닥 시장의 현행 상장 유지 요건은 시가총액 40억원, 매출액 30억원이다.
바이오 기업엔 시가총액 300억원보다 매출액 100억원 기준이 핵심이란 평가다. 현재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받은 일부 한계기업을 제외하면 시총 300억원을 밑도는 바이오는 극소수다. 다만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 기업 중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지금도 여러 바이오 기업이 매출액 30억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등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바이오처럼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매출이 낮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가총액 기준(코스닥 600억원)을 충족하면 매출액 요건(100억원)을 면제하기로 했다. 즉 시가총액이 600억원 이상이면 매출액이 0원이더라도 상장폐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기술특례상장기업의 매출액 요건 면제 기준은 시가총액 4000억원이다. 상장폐지 매출액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는 시가총액 기준을 대폭 완화한 셈이다.
또 금융당국은 이번 상장폐지 제도 변경 과정에서 기술특례기업에 제공하는 관리종목 지정 유예(상장 뒤 5년간 매출액 요건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매출액은 적을 수 있지만 시가총액은 낮지 않다"며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5년간 매출액 요건을 유예하고, 이후 매출액이 100억원에 미달하더라도 시총 600억원을 넘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상장폐지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시가총액 기준을 600억원으로 낮췄단 점에서 바이오 등 기술 기업을 어느 정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이번 제도 변경은 바이오나 기술특례 기업에만 초점을 맞춰 검토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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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혁신기술을 육성한다고 했는데, 이번 제도 개선은 제조업 기준에 가까워 바이오 업계 차원에선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이렇게 상장폐지 매출 요건이 강화되면 투자자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져 바이오 투자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 부회장은 또 "바이오뿐 아니라 혁신기술을 가진 기업을 육성하겠다면 그에 맞는 특화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보완 과정에서 이 같은 부분이 고려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상장폐지 제도 개선이 바이오 기업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상장폐지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최소 시가총액 기준을 600억원으로 완화한 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매출이 안 나와도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도 많다"며 "거품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단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상장하고 5년이 지나서도 시가총액이 600억원을 밑돈다는 건 기술력이나 파이프라인 경쟁력에 대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투자자와 소통에 소홀했단 뜻"이라며 "매출이 안 나와서 시가총액 600억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제도 개편으로 주식시장에서 어느 정도 바이오 기업 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수도 있다"며 "신약 개발 회사라면 기술수출 등 연구나 상업화 성과를 통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