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약품 관세, 조만간 발표" 재확인
세부 발표는 계속 지연…"25% 이상 부과 어려울 것"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약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부과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모양새다. 다만 세부 계획 발표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5% 이상'의 관세 범위는 조정될 수 있단 해석도 나온다.
10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바이엘·노바티스·노보 노디스크 등 유럽 제약사 관계자들은 지난 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의약품 관세 관련 대책 회의에서 "신속하고 급진적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회의는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 행사에서 "조만간 의약품을 대상으로 대규모 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언급하기 불과 몇 시간 전 진행됐다.
의약품 관세의 세부안은 아직 공개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백악관이 "의약품과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안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련 내용을 재확인하면서 업계 긴장은 고조된 상황이다. 특히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유럽이다. 지난해 기준 EU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품목 중 1위는 의약품으로, 그 규모만 총 1270억달러(약 186조원)에 달한다. 유럽제약산업연맹(EFPIA)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의약품 관세 부과 시, 향후 3개월간 EU 제약산업에 투자가 계획된 1810억달러(약 264조원) 중 약 10%인 181억달러(약 26조원)가량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업계의 수출 상황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전무)은 "관세율에 따라 수출 기업은 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충분히 갖춘 기업이 없다. 준비를 서두르는 기업은 있어도, 현재로선 완제품 수출 기업의 대책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혼란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도 우려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유럽·인도·중국 등 해외 기업 대비 타격은 적겠지만, 업계 투심이 악화하고 전반적인 주가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발언 직후인 9일(한국시간) 셀트리온(202,000원 ▲8,300 +4.28%) 주가는 장중 15만29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SK바이오팜(99,200원 ▲4,100 +4.31%)은 전일 대비 3.7% 빠진 종가로 거래를 마쳤고, GC녹십자(142,600원 ▲4,200 +3.03%) 주가도 4.4%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일단 국내 업계는 세부안 발표 전까진 상황을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의약품 관세가 재차 언급된 만큼 추후 발표를 지켜보며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내 6개월분의 물량 사전 확보와 추가 공급망 확대 등을 통해 대응 중이다. 미국에서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판매 중인 GC녹십자 관계자도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현재 국가별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 목표물을 '전 세계'에서 '중국'으로 돌리면서, 한국을 포함한 70여개국의 관세 부과는 90일간 유예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만 유예 대상에서 제외, 대(對)중국 수입품 관세를 125%까지 즉각 상향 조정했다.
상호관세가 유예됐다고 해서 의약품 등 별도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계획까지 미뤄지거나 방향이 수정될 진 미지수다. 다만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 특성상 트럼프 행정부도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 센터장은 "미국은 수입 의약품 비중이 크기 때문에 실제 관세 부과에 대해선 미국 정치권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미국 내 약가 상승이 불가피한 구조로 갈 수밖에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5% 이상'이란 관세율에 대한 공감대가 적을 수 있다.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관세율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