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명이 장기이식 기다리다 사망…韓도 '이종이식' 연구 서둘러야"

"하루 6명이 장기이식 기다리다 사망…韓도 '이종이식' 연구 서둘러야"

홍효진 기자
2025.09.11 14:55

美 남성, 돼지신장 이식 후 6개월 넘게 생존…역대 '최장'
한국 기술력도 세계적인데…연구진 "인프라 부족, 지원 필요"

2024년 장기등 기증 및 이식 통계 추이.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2024년 장기등 기증 및 이식 통계 추이.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미국 남성의 '최장 생존' 신기록이 보고되며 이종(異種)장기이식의 상용화 가능성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국내는 제대로 된 연구 인프라(기반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단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중국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유전자 조작(편집) 기술력을 보유 중임에도 효능 등을 실험할 연구센터와 인력 등은 여전히 부족하단 지적이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67세 미국 남성이 지난 1월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뒤 6개월 넘게 생존 중인 사례가 국제 학계에 보고됐다. 이는 돼지 장기를 이식받고 가장 오래 버틴 '최장 생존' 기록으로, 이종이식 분야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이식은 장기이식 수요·공급 불균형의 대안으로 꼽힌다. 장기이식은 말기 장기부전 환자에겐 사실상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이식받아야 하는 사람은 계속 느는 반면 공여자 수는 줄면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명을 넘었지만 기증자는 3900명대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전년(4431명) 대비 약 11% 줄어든 수치였다. 미국 역시 2019년 이후 장기이식 대기자가 18만명대를 유지 중이나 기증자는 2만여명, 실제 이식 건수는 4만여건에 머문다.

이종이식 선도국은 미국이지만 기술력만 보면 우리나라도 뒤지지 않는다. 이종이식 분야에선 초급성 거부반응(동물 장기가 인체로 들어왔을 때 즉각 발생하는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당단백질(α-Gal·알파갈)을 없애고 염증을 낮춰주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등의 돼지 유전자 조작(편집) 기술이 핵심인데, 미국을 제외하고 이 기술을 보유한 곳은 우리와 중국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주관의 '이종이식 연구사업'(2023~2027)을 총괄 중인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독일·영국 등 유럽권의 많은 나라가 형질전환 돼지의 상업화를 거의 포기했고, 호주와 일본도 미국에서 만든 형질전환 돼지를 도입 중"이라며 "미국을 제외하면 형질전환 돼지를 만들고 연구 중인 국가로는 한국과 중국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유전자 조작(편집) 돼지 신장을 이식 받고 퇴원 중인 팀 앤드루스씨(67) 모습. 네이처에 따르면 앤드루스씨는 이식 수술 후 6개월을 넘은 현재도 투석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사진=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지난 1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유전자 조작(편집) 돼지 신장을 이식 받고 퇴원 중인 팀 앤드루스씨(67) 모습. 네이처에 따르면 앤드루스씨는 이식 수술 후 6개월을 넘은 현재도 투석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사진=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문제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단 점이다. 영장류 실험을 할 연구센터 자체가 부족한 데다 정부에서도 해당 연구를 주도적으로 지원해 줄 '카운터파트'(대응 관계)가 부재하단 게 연구진 측 설명이다.

윤 교수는 "영장류 실험을 하려면 장기 크기를 고려해 최소 10㎏ 체중의 원숭이가 필요한데,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엔 이러한 크기의 실험용 원숭이가 없어 효능·안전성·면역회피 가능성 등을 실험할 여건이 부족하다"며 "정부 내에 이종이식 연구를 주도할 만한 담당 부서도 없어 관련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물 구조물을 통한 의료시술인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역할도 중요한데 전문 인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이종이식 연구사업에 함께 참여 중인 민상일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국내에서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는 하루에만 평균 6명 정도"라며 "기증자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이종이식 상용화 연구가 절실함에도 전담 인력조차 부족하다. 이번 연구가 끝나도 후속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물론 부작용 해결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동물 내 바이러스나 기생충이 인체에 들어갔을 때 어떤 감염병을 유발할 수 있을지 확신이 어려운 만큼 수인성 전염병에 대한 우려가 높다. 수술까진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혈류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 등 제 기능을 하기가 어려운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윤 교수는 "돼지로부터 인간이 전염될 수 있다고 알려진 강력한 감염원은 아직 없다"면서도 "형질전환을 했음에도 사람과 돼지 간의 면역학적 차이를 고려해 새로운 면역억제제 등 약물 개발이 필요하다. 새 감염병 출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속적 연구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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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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