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안정한 약, 성분명 처방 허용 두고 의사·약사 갈등 고조

수급 불안정한 약, 성분명 처방 허용 두고 의사·약사 갈등 고조

정심교 기자
2025.09.30 16:43
지난 2일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부. /출처=의안정보시스템
지난 2일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부. /출처=의안정보시스템

수급이 불안정한 의약품의 경우 처방전에 약 상품명 대신 성분명을 쓰게 하는 의료법·약사법 개정법이 발의된 가운데, '처방전'을 놓고 의사와 약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의사가 약을 성분명으로 처방하면 약국에서 약사는 똑같은 성분의 약 가운데 재고상황을 고려해 환자에게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사들은 "성분명 처방 의무화는 의사들의 처방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는데, 약사들은 "수급이 불안정했던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필수 조치"라며 법안 발의를 환영했다.

앞서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은 의사가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처방할 때 처방전에 의약품의 '명칭' 대신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성분명 처방을 하지 않은 의사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선 "'성분명 처방'은 의약분업 근간을 뒤흔드는 제도", "의사가 처방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며 "의약품 처방은 단순히 성분명, 즉 화학식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면서 "환자의 상태, 병력, 병용약물, 흡수율,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 약제와 용량을 선택하는 전문적인 진료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택우 회장은 "아무리 약들의 성분이 똑같다더라도 약제마다 약동학적 특성과 임상 반응이 다를 수 있다"면서 "임상 현실을 무시한 채 성분명 처방이 의무화하면 환자가 실제 어떤 제약사의 약을 먹었는지조차 의사가 알 수 없게 만들며, 처방 관련 책임질 사람을 없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30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김택우(가운데) 회장, 김성근 공보이사(왼쪽) 등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며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30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김택우(가운데) 회장, 김성근 공보이사(왼쪽) 등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며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서울시의사회는 19일 '성분명 처방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이 철회될 때까지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은 '의사는 처방, 약사는 조제'라는 합의로 출발했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 원칙을 정면으로 깨고 처방권을 사실상 약사에게 넘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성분명 처방을 하지 않은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에 대해 황규석 회장은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고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이번 개정안은 형법상 과실치상죄보다 더 과한 처벌"이라며 "명백한 의료인 탄압이자 직역 모독으로, 환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헌법적 기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약사들은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약사회)는 지난 4월 '성분명 처방 추진 TF'를 꾸리고 다빈도 처방 데이터를 활용한 정책 근거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왔다. 약사회 권영희 회장은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수급 불안정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간 품절의약품의 약가 인상, 의약품 균등 공급 조치 등과 같은 단편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건 이미 드러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해외에선 성분명 처방을 권장하거나 의무화하고 있다. 호주는 극심한 의약품 품절 사태를 겪은 뒤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했으며, 일본은 성분명 표기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오리지널과 복제약(제네릭) 간 약효 동등성을 보장하며 복제약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급 불안정 의약품도 상품명으로 처방된다.

일부 의사들은 "복제약 생체이용률이 오리지널의 80~125%이므로 임상적 효과나 부작용이 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약사들은 "통계적 허용 역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비롯한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약사회는 "80~125% 신뢰구간을 허용한 건 통계적인 평가를 정확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글로벌 선진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통상 사용되는 기준"이라며 "허용 기준을 충족시키면 약효가 다르지 않다고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과학적으로 공인한 것이므로 이를 부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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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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