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위탁검사 관리료 폐지'와 '분리 청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성명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지난 20여년간의 논의과정을 한순간에 짓밟아 버리려는 복지부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개선에 대해 설명하며, 제도 개선 후에도 불공정 거래가 근절되지 않으면 처벌 조항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복지부는 현재 검체검사 위수탁수가와 관련해 검사 수가와 별도로 위탁기관에 수가의 10%로 책정한 '위탁검사관리료'를 지급하고 있다. 예컨대 건강보험에서 위수탁 관련 수가로 110원을 지급하면 검사기관이 100원, 위탁기관이 10원(100원의 10%)을 가져갔다. 하지만 검체검사시장이 과열되면서 검사기관이 검사 수가 일부를 위탁기관 몫으로 책정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검사기관이 70원, 위탁기관이 40원을 가져가는 식으로 변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복지부는 검체검사시장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개선안은 위탁검사관리료 10%를 폐지해 110으로 지급하던 수가를 100으로 되돌리고, 100 범위 내에서 위탁 수가와 검사 수가 비율을 조정해 '분리청구'를 도입하는 안이다. 복지부는 이르면 다음 달 이런 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올리고 내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성명에서 "복지부는 2022년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 관련 논의과정에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칠 것임'을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약속을 주고받았다"면서도 "느닷없이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며 의-정간 신뢰 관계를 중대하게 훼손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수가 체계와 청구시스템의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도 국민 건강을 위해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진료에 헌신해 온 대다수의 의료기관을 마치 부도덕한 집단인 양 매도한 행태에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현재 1차 의료기관 대부분은 검체를 수탁기관에 의뢰한다. 특히 내과·외과·산부인과·정형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검사는 진료의 핵심 요소다. 의협은 "의료계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제도 변경을 강행하려는 건 사실상 일차의료와 필수의료를 말살시키려는 고의적 시도"라며 "그 배경을 강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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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마주하며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고 수탁기관에 의뢰하는 당연한 진료 과정을 (정부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위탁기관에 문제의 원인이 있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식의 왜곡과 호도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선량한 의료인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고도 했다.
특히, 복지부가 밝힌 '위탁관리료 폐지' 방침과 위탁기관·수탁기관 간 업무 구분 없이 검체검사료를 분배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의협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비민주적 조치이자 행정 폭거"라고 날을 세웠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복지부가 문제 삼은 수탁기관의 과당경쟁, 재위탁, 검체검사 끼워팔기 등은 수탁기관 간 내부 거래에서 비롯된 사안"이라면서 "그런데도 이를 위탁기관과의 상호정산이 원인인 것처럼 왜곡하고, 마치 위탁기관이 불공정 행위의 주체인 것처럼 오도하는 건 선의로 진료에 임하는 의료인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폭력적 왜곡"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검체검사 비용의 위·수탁 분리(개별) 청구는 환자가 수탁기관에 별도 결제해야 하는 '이중 결제' 혼란을 초래하고, 재위탁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 의료행위 주체의 책임 소재 혼란, 청구시스템 관리의 혼란 등 의료체계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에 당연히 지급돼야 할 검체 채취료조차 (정부가) 지급하지 않았고 수십 년간 위·수탁기관 간 상호정산 구조를 최선이라 여기며 방관해 왔으면서, 이제 와서 직무를 유기해 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또다시 국민과 의료계를 이간질하려는 복지부의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의협은 이날 정부를 향해 △ 2023년 복지부가 검체검사 위수탁과 관련된 개선사항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고, 해당 연구 결과를 즉시 공개할 것 △의협의 공식 요청으로 구성하기로 한 '협의체'에 대해 2024년 9월 위원 추천을 받고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회의조차 열지 않고 방치한 행태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할 것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