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할 장기 없어 하루 8.5명 사망…'연명의료 중단자'까지 기증 대상 확대

이식할 장기 없어 하루 8.5명 사망…'연명의료 중단자'까지 기증 대상 확대

박정렬 기자
2025.10.16 14:34

(상보) 보건복지부 '장기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
장기 기증·이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포괄적 대책 마련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종합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0.16.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종합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0.16. [email protected] /사진=추상철

정부가 뇌사자뿐 아니라 연명의료 중단 후 심장사한 사람도 장기기증이 가능하도록 법제화에 나선다. 장기기증 희망등록기관을 두 배 이상 늘리고 기증자와 가족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장기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년)을 발표했다. 2023년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근거를 마련한 후 장기 기증·이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다.

고령화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식 대기자는 2020년 4만3182명에서 지난해 5만4789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가족·지인의 기증 이외에 유일한 장기이식 방식인 뇌사기증자는 2020년 478명에서 2024년 397명으로 제자리다. 기증·이식 간 불균형으로 평균 4년, 신장의 경우 7년 9개월을 기다려야 장기 이식을 받는 실정이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020년 이후 2191명→2480명→2919명→2909명→3096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하루 평균 8.5명꼴이다. 수급 불일치가 심각한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순으로 사망자가 많았다(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장기 이식 대기자는 느는데…뇌사기증자는 제자리/그래픽=김지영
장기 이식 대기자는 느는데…뇌사기증자는 제자리/그래픽=김지영

장기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정부는 먼저 '기증자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 특히, 뇌사자뿐 아니라 연명의료 중단 후 심장사한 기증 희망자의 장기기증(이하 DCD)을 법제화할 예정이다. 연명의료 중단과 장기기증을 모두 희망하는 환자의 장기 기증을 받는 것으로 미국·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DCD는 연명의료 중단자가 심장이 멈춘 후 혈액 순환이 완전히 정지한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이다. 심장처럼 생체 기증이 불가능한 장기 부족 상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이식 대기자를 미리 선정·준비할 수 있어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암이나 감염성 질환자는 뇌사자 기증과 마찬가지로 DCD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를 감안해 DCD 대상자는 연간 최소 20명에서 최대 200명으로 예측된다. 김희선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암이나 고령 등 연명의료 중단자 80%가량은 DCD와 무관하다. 돌이킬 수 없는 신경과 질환이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파를 찍기도 어려운 분 중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한 경우 DCD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심장사 후 장기 적출은 인공호흡기 등 보조장치를 뗀 상태에서 5분 정도 비접촉 시간을 갖고 심장이 재박동되지 않으면 시작한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심장사 규정, 절차적 방식 등을 논의할 때 불거질 생명윤리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 제도에 다루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DCD 도입을 위해서는 장기이식법과 연명의료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이번) 22대 국회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할 계획"이라 말했다.

지난달 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행사를 찾은 한 시민이 희망의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지난달 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행사를 찾은 한 시민이 희망의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이밖에도 정부는 생명나눔 문화 확산 등 인식개선 활동도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민간 중심인 장기기증 희망등록과 홍보를 건강보험공단,신분증 발급기관 등 공공까지 확대해 접근성을 높인다. 기증희망등록기관을 2030년까지 904개소 이상으로 지금보다 2배 늘릴 계획이다. 장례 지원 등 현금성 지원을 넘어 기증자 현판(기억의 벽) 설치, 감사패 수여, 추모행사 확대 등 예우제도 개선 방안도 모색한다.

장기 기증·이식의 '중심'인 각 의료기관의 지원에도 힘을 쏟는다. 뇌사 추정자가 발생할 경우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이를 알리고, 적절한 때 기증원 소속 코디네이터(간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시스템을 정비한다. 뇌사 추정자 상담과 신고, 뇌사장기기증자 관리료 등 수가 개편을 통한 적정 보상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장기가 아닌 조직 재건을 위한 인체조직은 80% 이상을 해외 수입하는 등 수급 불균형이 더 심각하다. 화상, 암 수술 등으로 조직 재건이 필요한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에서 각 병원의 인체조직은행 설립·운영을 위해 지원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런 과제들을 추진해 지난해 3.6%였던 장기기증희망등록률을 2030년까지 6%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기간 100만명당 뇌사 장기기증자는 7.8명에서 11.0명으로, 조직기증자는 2.8명에서 3.8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삶의 마지막에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이라는 숭고한 희생을 결심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국가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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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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