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겨울 식중독'으로 불리는 노로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1월 첫째 주 354명, 둘째 주 548명, 셋째 주 617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넷째 주도 616명에 달하면서 2주 연속 600명대를 유지했는데, 최근 5개년(2021~25년)과 비교하면 감염자 수가 가장 많다. 생굴 등 덜 익힌 해산물을 먹거나, 오염된 지하수를 마신 경우, 노로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한 후 구토·묽은 설사·복통·메스꺼움·오한·발열·탈수가 나타났다면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그런데 찬 음식을 먹으면 노로바이러스가 활성화하지 못할까?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설사하면 지사제부터 먹어야 할까?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을 풀어본다.

X 식중독은 흔히 음식이 쉽게 상하는 여름철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노로바이러스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겨울철 바이러스성 장관염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도의 강추위에서도 살아남을 만큼 환경 저항성이 강한 바이러스다. 겨울철에도 감염 위험이 높은 이유다. 일반적인 조리 온도나 수돗물의 염소 농도에서도 쉽게 사멸하지 않는다. 익히지 않은 수산물과 오염된 손으로 조리한 음식, 오염된 식수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굴, 조개 등을 익혀 먹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노로바이러스는 70℃에서 5분, 100℃에서는 1분 이상 가열하면 사라지기 때문에 굴·조개류는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좋고 냉장 보관한 과일이나 채소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껍질은 벗겨 먹는 것이 좋다. 모임에서 술잔·식기 공유를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 현재까지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백신은 없어 증상을 없애는 치료법(대증요법)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지사제는 노로바이러스 배출을 막아 오히려 회복을 늦출 수 있어 가급적 사용을 피하는 게 권고된다. 하지만 설사가 24~48시간 계속되고, 심각한 세균 감염을 나타내는 혈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의사의 판단하에 디페녹시레이트·로페라미드 같은 지사제를 사용할 수 있다. 단, 이런 지사제는 급성 설사가 있는 18세 미만의 소아에게는 투여하지 않는다. 또 최근 항생제를 사용했거나, 혈액성 설사가 있거나, 너무 적어서 보기 어려운 소량의 대변 내 혈액이 있거나, 설사·열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사제를 투여하지 않는다.
X 노로바이러스는 아주 소량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이 가능할 만큼 전염력이 강하다. 그런데 바이러스 감염자가 대변을 본 후,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도 바이러스 확산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미국 감염관리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University of Arizona) 환경과학과 연구팀은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 입자를 변기에 뿌리고 물을 내렸을 때 바이러스가 얼마나 확산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물을 내리고 1분 후 변기, 화장실 근처 표면의 오염도를 측정했다.
그랬더니 뚜껑을 열었을 때와 뚜껑을 닫았을 때 바이러스 오염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대장균 같은 세균의 확산은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세균 크기는 1~5μm이지만, 바이러스는 30~700nm로 세균보다 훨씬 작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솔과 염산 소독제로 변기를 세척하면 바이러스 오염을 100% 가까이 줄였다.

X 노로바이러스는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최대 2주간 대변을 통해 배출돼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증상이 사라지고 완치했더라도 2주간은 위생관리를 이어가는 게 안전하다. 노로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된 사람도 단기간 내에 다시 감염될 수 있으므로 위생 수칙을 지켜야 한다. 노로바이러스 증상은 발병 후 2~3일간 집중되다가 차차 회복한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막으려면 음식을 충분한 시간(중심 온도 85도, 1분 이상) 동안 익혀 먹어야 한다. 손 위생도 중요한데, 식사 전·후, 화장실 이용 후, 외출 후 흐르는 물에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 음식은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혀 먹고, 겨울철 세척하지 않았거나 지하수로 씻은 채소·과일은 섭취를 피한다. 조리할 때 도마·칼을 육류·해산물·채소용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열탕 소독하거나 세제로 깨끗이 설거지한다. 수영장·목욕탕을 이용할 때 물을 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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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김정연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재기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