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기본법' 국회 본회의 통과
환자, '정책 수혜자'→'결정 주체'로
다만 단체 대표성은 우려…"세부평가 기준 필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환자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넘었다. 보건의료 정책 수혜 대상으로 인식돼 온 환자를 정책 결정의 '주체'로 인정하고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겠단 취지의 법률이다. 다만 일각에선 환자단체 개념의 모호성과 실질적 대표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향후 이들 단체의 정책 참여 방식 등에 대한 세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31일) 환자기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환자의 권리 보장과 안전을 규정하고 5년 주기로 국가 차원의 환자정책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기본계획은 '환자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며, 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위원장)과 △환자정책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환자단체 및 의료인 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등으로 구성된다. 2010년 항암제 투약 오류로 사망한 고(故) 정종현군 기일인 5월29일을 매년 '환자의날'로 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환자안전사고의 원인 조사 체계를 강화하는 목적의 환자안전법 개정안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환자기본법과 병합됐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은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는 환자안전사고 예방·재발 방지 계획 수립, 환자안전 전담 인력(의료인) 선임·배치 등을 맡게 된다.
그간 의료공백 사태 재발 방지와 환자 피해 구제 목적의 법안 입법을 주장해 온 환자단체는 이번 법 제정을 반기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의 3개 단체는 이날 관련 논평에서 "국가 차원의 종합적·체계적인 환자 정책을 추진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환자와 환자단체의 정책 참여가 제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법적으로 정의된 환자단체의 범위가 모호하단 우려도 나온다. 법안에 따르면 환자단체는 '환자를 보호하고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로 정의되고, 복지부·지방자치단체에 등록 가능한 '등록환자단체'는 환자정책위에 참여할 수 있다. 등록환자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2조(사업 직접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 상시 구성원 수 100인 이상일 것, 상호 간 이익분배를 하지 않을 것 등)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환자 기본 권리를 법제화한 법안이 나온 것은 매우 긍정적 변화"라면서도 "명시된 환자단체 정의가 모호한 측면이 있어 독소조항이 될까 우려스럽다. (요건만 충족한)이익집단이 무분별하게 권리를 남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순수하게 관련 활동을 할 환자단체를)제대로 평가할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환자단체의 정책 참여 확대에 신중해야 한단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측은 환자기본법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환자단체는 질환·목적별로 여러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단체가 전체 환자들의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단체 전문성과 대표성, 책임성을 검증할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특정 이해관계 중심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