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규탄 성명…"의료진 보호할 국가 대책 필요"

진료를 보던 의사를 환자가 흉기 등으로 공격하는 폭행 사례가 반복되면서 의료진 안전 체계가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8년 전 고(故)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 이후 의료진을 상대로 한 폭행을 가중 처벌하고 병원 내 보안 수준을 강화하는 등 관련 법안이 마련됐지만, 실질적인 대비책은 미비하단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50대 여성 A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 서울서부지방공소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A씨는 앞서 전날 오후 해당 병원 정신과 교수 B씨를 흉기로 공격해 상해를 입혔다. B씨는 손과 얼굴, 머리, 팔 등에 자상을 입고 응급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흉기 난동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2월엔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선 임세원 교수가 자신이 진료하던 양극성 장애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9년 1월엔 서울의 또 다른 병원에서도 환자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고, 이듬해 8월 부산의 한 정신과 의원에선 환자가 원장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일도 발생했다.
임 교수 사망 사건 이후 병원 내 의료진 폭행을 엄벌하고 100병상 이상 병원은 경찰과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보호 대책을 담은 일명 '임세원법'(의료법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실제 이후 일부 병원 정신과는 위험 상황에 대비해 진료실 사이에 대피용 '쪽문'을 두고 보안요원을 상주시키는 등 대비 체계를 강화한 곳도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사 사례가 반복되면서 의료 현장에선 갑자기 벌어진 위급한 상황과 관련된 대책은 미비하단 의견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불과 최근에도 환자가 담당 간호사 팔을 입으로 물어뜯는 등 물리적인 폭행 사례를 실제 경험했다"며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의료진의 트라우마도 극심하다"고 전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임세원법이 마련됐지만 가해자에 대한 사후 처벌 강화에 치중돼, 진료 현장의 안전을 근본적으로 지켜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의료진이 위협받지 않고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비상벨 의무설치나 대피로 확보 등은 1차 의원에 부담을 줬을 뿐 실질적 효과가 없었다"며 "(정신과)퇴원 환자도 지역사회에서 적극 관리돼야 하며, 치료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자기결정에 의존하지 말고 외래치료 명령제 등의 개선과 보안을 통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 행위에 대해 직접적 방해나 의료진에 대한 협박 등이 있을 경우 강력한 처벌이 동반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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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기관 내 흉기 반입과 폭력행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보안 인력, 비상신고 및 경찰 연계 체계 등 실질적인 안전 기반 시설 구축을 적극 지원해달라"고 촉구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일부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도에 포기한 정신과 환자의 경우 증상이 악화할 수 있고 의료진을 향한 폭력 등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며 "이들이 치료를 충분히 잘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