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한나라당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PD수첩 제작진,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이념 편향적'이라고 비판하며 당내 사법제도개선특위를 발족했다.
# 미 연방 대법원은 지난 21일 기업들의 특정 선거후보 광고 제한 관련 현행법이 헌법에 규정된 언론자유를 위배한다고 판결했다. 보수적인 대법관들의 주도로 이뤄진 이 판결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맹비난을 가했다.
# 현 정권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은 23일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관련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기소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 수사개입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한, 미, 일 세 나라에서 집권세력과 사법부 간 갈등이 표면에 떠올랐다. 이를 두고 '사법개혁'이라는 말도 나오고, '전쟁'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저마다 사정과 상황은 다르지만 정권교체가 이뤄진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불거진 일이라 문제의 성격이 여러모로 비슷하다.
'3권 분립'은 민주주의 토대지만 그 역사가 오래된 미국이나 극히 짧은 한국이나 엄격한 분립과 균형을 갖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힘'을 적절히 분배하기 위한 장치지만 오히려 가장 치밀하고 치열한 힘 대결의 격전장 같다. 특히 정치세력들은 행정·입법 권력을 놓고 벌이는 대결도 모자라 사법 권력 또한 독점하거나 적어도 상대 세력보다 우위에 서려 한다.
한국에선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을 꾼 적이 있는 여당이 '법치회복'을 강조하며 사법 부분에서도 힘을 되찾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지난 2000년 미 대선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미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판결에 이례적으로 강경 반응을 보인 것도 보수세력과의 힘 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오자와 간사장을 비롯한 민주당 세력과 검찰 사이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3권 분립'이 이처럼 힘 대결 속에서 그 취지와 효과를 잃는다면 국가와 국민은 물론 정치세력들에게도 큰 손해가 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