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등급이 웬 디폴트? 유로존 위기 본질은

AA등급이 웬 디폴트? 유로존 위기 본질은

뉴욕=강호병특파원
2010.02.07 12:37

[특파원시각]일종의 신뢰위기..유로존 앞날과 직결

최근 시장을 강타한 유로존 주변국의 재정위기는 위기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한 구석이 많다. GPS(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3국 등 문제가 되는 유로존 주변국이 당장 돌아오는 자금을 못막는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 각국이 채무불이행선언을 할 위기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3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9~12%에 이른다. 작지는 않다. 2009년중 GDP대비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정부부채 비율은 각각 113% 85% 60% 수준이다. 그리스는 높은 편이라 할 수 있지만 스페인은 그리 파괴적인 것으로 보기 힘들다. 그리고 그 채무가 모두 대외채무도 아닐 것이다.

신용시장에서의 압박은 생각만큼 심하지 않다. 유로존의 문제아로 통하는 그리스정부의 5년만기 채권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레이트는 4.4%포인트 수준이다. 낮지는 않지만 국가부도를 걱정해야하는 수치인가라는 의문이 있다. 포르투갈은 2.4%포인트, 스페인은 1.8% 내외다. 분명 위기로 보기 힘든 수치다.

신용등급을 보면 위기라는 게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요란하다는 그리스는 투자등급 BBB+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투자등급의 제일 낮은 단계이지만 투기등급은 아니다.

포르투갈은 A+이고 스페인은 AA+다. 한국의 신용등급 A보다 높다. 위기상황을 반영해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나 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 비해 의외로 평온하다.

별것도 아닌데 시장이 과민반응한다?

그럼 최근 시장의 반응은 비정상적인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유로존 주변국의 위기는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16개국이 유로존이라는 단일통화권에 묶여있는 경제적 특수성과 관계있다. 환율은 이미 유로로 통일됐고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이 맡고 있다. 자국에 심한 경제적 불균형이 생길 경우 재정정책외는 시정 수단이 없다. 이는 유로존 구성국가들이 자체 불균형을 사전에 해결하지 못하면 자칫 유로존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도 있음을 뜻한다.

유로존은 경제공동체를 넘어 정치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만약 이번사태를 슬기롭게 극복 못하면 그 행보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각국 채무문제를 어쨌든 유로존 안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3국중 가장 위태로운 그리스가 미국 품안에 있는 IMF에 의지해 위기를 넘길 경우 유로존이 입을 자존심의 상처는 클 것이다. 자기 문제를 자기가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유로존의 앞날에 어둠이 되지않을 수 없다.

이번주말 G7재무장관은 캐나다 회담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주변국 채무문제에 대해서는 "유로존이 알아서 할 일" 이라며 언급을 자제했다. 이 이슈가 갖는 미묘한 성격을 의식한 것이다.

유로통합후 최대위기..일종의 신뢰위기

그래서 유로존 주변국의 재정위기는 유동성 위기라기 보다 신뢰위기(crisis of confidence) 성격이 강하다. 유로존이 문제해결 능력을 갖고 건전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느냐는 중장기적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유로존은 유로통합후 가장 시련에 봉착했다. 이들 국가들이 재정건전화 목표치를 계획대로 달성하지 못할 경우 유로존의 성장과 존립은 불투명해질 것이다.

주변 3국은 증세, 정부지출 억제 등으로 향후 3~4년내 재정적자를 GDP의 3%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는 유로통합당시 각국이 합의했던 수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시작도 하기전에 야당과 근로자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실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때 돈을 써도 시원찮을 판에 세금 올리고 공무원 월급을 삭감한다는 내핍이 달가울리 없는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그리스 세관공무원이 임금삭감에 항의해 1차 48시간 시한부 파업을 단행했다.이들은 2월11일, 17일에도 또 한번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트레일러로 막는 농민시위도 있었다.

그리스 최대 노동조합 전그리스노동조합연합(GSEE) 또한 공공부문 근로자와 연대해 2월24일 파업의 예고해놓은 상태다.

포르투갈에서는 사회당 정부의 재정건전성 방안이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될 위기다. 포르투갈 의회는 재정건전성을 꾀하려는 정부 반대를 무릅쓰고 자국령 군도에 정부교부금을 늘리는 방안을 강행하고 있다. 이는 사회당 정부가 내놓은 재정건전성 방안과 배치되는 것이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9월 중도우파 사회당이 재집권했다. 그러나 의회에 다수의석은 확보하지 못해 여소야대 구도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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