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아이리스'는 있다

[광화문]'아이리스'는 있다

윤석민 국제경제부 부장
2010.04.21 07:30

우리는 눈앞에서 꺼져가는 젊은이들의 생명선을 끝내 놓고 말았다. 그들의 처절한 절규와 그들이 느꼈을 절망감은 온 국민의 가슴을 후빈다.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이들을 맞은 우리에게는 할 일이 있다. 명확한 진상규명과 함께 드러난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 해결하고 고쳐 놓는 것이 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않게 하는 남은 자들의 몫이다.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과 함께 지내온 20여일은 총체적 난맥이다. 국가시스템은 엇박자를 부르고 이 가운데 온갖 루머와 추측이 넘쳐났다. 의혹 해결의 키를 쥔 당사자들이 진실의 한켠을 감추려하는 한 의구심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의심을 자양분으로 음모론들은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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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러시아 서남부 스몰렌스크에 추락한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사고도 음모론의 중심에 섰다. 이 사고로 전용기에 탑승한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폴란드 3부요인 86명이 전원 숨졌다.

의혹은 러시아에 쏠렸다. 전용기가 러시아제 Tu-154기종인데다 향하던 곳이 스몰렌스크 인근 카틴숲이다. 주지하다시피 카틴숲은 2차세계 대전 초기인 1940년 2만여명의 폴란드인이 집단 학살당한 곳이다. 애초 나치 독일 소행으로 파악됐으나 훗날 스탈린의 비밀 경찰이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소련이 잠재적 경쟁 가능성이 있는 이웃 나라의 ‘싹’을 아예 꺽어 놓겠다는 날 선 의도가 담겨 있다. 양국간 앙금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카틴숲에서 거행되는 학살 70주기행사에 참석키 위해 길을 재촉하던 폴란드 정부사절단 일행이 몰살당했으니 시선은 러시아로 향할 법 했다. 특히 비밀경찰의 후신인 KGB 출신인 드미트리 푸틴 러시아 총리는 의혹의 한 가운데 섰다. 평소 러시아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카친스키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관계도 부각됐다.

물론 진실을 밝혀주는 블랙박스가 나오며 음모의 검은 그림자는 한순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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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사기혐의로 제소된 골드만 삭스 사태는 그동안 떠돌던 ‘음모론’의 실체가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월가 최고의 브레인으로 최고의 수익을 올리던 ‘골든 가이’의 이미지가 얼마나 가식적이었는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사실 그동안 월가를 떠들썩하게 만들던 도덕 불감증 스캔들마다 골드만삭스의 이름이 빠진 적이 별로 없다. 올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금융권을 충격에 빠트린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에도 골드만삭스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리스에 신용부도스왑(CDS) 거래를 터줘 손쉬운 자금을 조달해준 일이다. 일견 고마운 일이지만 이미 재정적자의 빨간등이 켜진 그리스에게는 모럴해저드 논란을 빚으며 위기를 심화시킨 주요인이 된 반면 자신은 그리스 국가부도에 베팅, 막대한 차익을 올리는 '일타 쌍피'의 잇속을 차렸다.

여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들이 월가의 한 통속인 투자은행, 헤지 펀드, 그리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이다. 실제 일련의 그리스 사태의 진전 과정을 되짚어 보면 국가부도에 베팅이 늘어나고 이어 무디스나 S&P 등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하는 `튕기는` 과정이 최소 두차례 일어났다.

하지만 이 모두는 음모론에 머무르고 만다. 유럽연합(EU)이 그리스 CDS관련, 골드만삭스 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모든 책임은 투자자들의 몫"이라는 월가의 관행을 깨칠 증거를 들이밀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번 골드만삭스 `사기혐의` 역시 유야무야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 오바마정부와 SEC의 의지에도 불구, 월가 기관 대부분이 골드만삭스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는 사실만하더라도 이를 방증한다. 골드만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심증만 남은 진상은 또 `음모론`에 묻히고 만다.

천안함의 결말이 이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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