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치 "지금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스티븐 로치 "지금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엄성원 기자
2010.05.18 14:21

통화정책 정상화로 위기 미연에 방지해야

아시아 외환위기와 닷컴버블, 최근의 신용위기와 지금의 유럽 재정위기까지 겉모습은 다르지만 속내는 엇비슷한 위기들이 끊임없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위기에서 위기까지 간격마저 짧아져 한숨을 더한다. 과거 평균 3년이던 위기의 주기는 최근 절반인 18개월로 줄어들었다. 2008년 말 신용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우리는 새로운 위기의 첫 장에 들어서려 하고 있다.

위기 때면 중앙은행들은 어김없이 돈을 푼다. 이른바 통화 완화정책이다. 중앙은행들은 외환위기와 닷컴버블, 신용위기 때 한결같이 금리를 낮추고 눈에 띄게 유동성 공급을 늘렸다. 초저금리와 공격적이고 광범위한 유동성 살포는 매번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고 중앙은행은 이를 위기에 대응하는 전가의 보도로 여겨왔다. 하지만 항상 위기 뒤엔 인플레이션 공포에 시달려야 했고 그 순간 다시 새로운 위기의 씨앗이 잉태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신용위기와 이어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완화정책을 취했다. 기준금리인 연방 기금 금리를 제로(0~0.25%)로 낮춘 후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을 통해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신용위기를 극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에선 새로운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FRB는 다가올 위기까지 걱정하며 여전히 금리를 제로 수준에 묶어두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위기 극복의 후폭풍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셈이다.

30년 전 FRB 의장을 맡고 있던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 후폭풍을 억제하기 위해 연방기금 금리를 19%까지 끌어올렸다. 지금 역시 볼커 전 의장과 마찬가지의 과격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과격한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의 혼란과 충격을 감수한 최후의 선택일 뿐이다.

스티븐 로치 모간스탠리 아시아태평양 회장은 18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통화정책을 정상으로 돌리는 이른바 출구전략이 위기가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열쇠라면서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 출구전략을 하루 빨리 선택해 위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치 회장은 이를 위해선 3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상 수준의 기준금리 수준을 설정하고 정상 금리 회복 이후의 국내총생산(GDP),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거시 경제 목표치를 제시해야 한다. 또 금리 조정과 거시경제 목표 달성에 대한 시간 계획도 필요하다.

미국을 예로 들면 첫번째 단계로 FRB가 기금금리를 정상 수준인 2%로 복귀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두번째 단계로 미 정부와 FRB는 실질 경제성장률 2.5%, 실업률 3% 등 금리 복귀 후 달성 가능한 거시 경제 목표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18개월 동안 50bp 인상 등 금리 복귀에 대한 명확한 시간계획도 공표해야 한다.

로치 회장은 이 같은 해법이 가설적일 뿐 아니라 불완전한 전망에 기댄 것이란 점을 자인했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원칙을 되살리는 것이 공격적인 완화정책이 야기하는 불균형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정상적인 통화정책의 회복이 위기의 상처를 치료하고 또 다른 위기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중앙은행 역시 불완전한 기구에 불과하다면서 위기 이후의 평화를 지켜내지 못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새로운 통화 전략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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