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규제의 트레이드 오프

[기자수첩]금융규제의 트레이드 오프

권다희 기자
2010.05.23 14:43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포기가 따른다. 어느 한쪽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다른 가치를 희생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른 금융규제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이번 주 유럽과 미국 당국이 각각 교착 상태에 놓여 있던 금융 규제 안을 진척시키며 '규제로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한 논쟁이 다시 한 번 촉발됐다.

유럽연합(EU)은 18일 영국과 다른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며 1년 여 간 줄다리기 해 온 헤지펀드,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 강화 입법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펀드 운영과 관련한 보고 기준을 강화하고 펀드의 레버리지 비율과 헤지펀드 운용자의 보너스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틀 후 미 상원은 민주당, 공화당 간 이견으로 진통을 겪어 왔던 금융개혁안을 가결하는 데 드디어 성공했다. 대형 금융기관의 파생상품 거래를 규제하고 소비자보호청을 신설하는 등의 조항을 담고 있는 금융개혁안은 지난해 12월 통과된 하원안과 통합, 재의결 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으로 발효된다.

위험도 높은 파생상품 거래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아 누구도 감당 못할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게 불과 얼마 전이기에 금융 규제의 필요성은 새삼스럽게 거론한 필요도 없을 만큼 자명해 보인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유지와 대형 금융기관에 비해 약자의 입장에 있는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 수위가 어느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저해돼 금융사의 수익뿐 아니라 사회적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타당하다. 핀트를 못 맞춘 규제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만들어내며 규제 목적에 반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주 독일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막겠다며 내놓은 네이키드 숏셀링(공매도) 금지안이 도리어 시장을 자극해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킨 것처럼 말이다.

금융규제가 필요하다, 하지 않다는 당위적인 주장보다는 '어떻게 규제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더욱 생산적이고 필요한 논의다. 정말 어려운 것은 규제로 얻는 것을 극대화하고 잃는 것은 최소화하는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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