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여파…오래 쓰는 제품 인기
값 싼 제품 인기…기업들도 너도나도 가격할인 경쟁

세계 경기침체가 일본 사람들의 소비행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코트라 도쿄KBC에 따르면 올해 일본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장기 불황 여파로 소비자들이 오래 쓸 수 있는 제품과 가격인하 경쟁 등을 펼친 제품이 많이 팔린 것으로 파악됐다.
코트라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행하는 유행정보지 '니케이 트렌디(12월호)가 선정한 '올해 일본의 히트상품 30'을 토대로 히트상품의 키워드를 분석했다.
◇113년 중 가장 더웠던 여름 덕에 '쿨'한 제품 히트
평균기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898년 이후 113년 만에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낸 일본은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올 여름 일본인이 가장 즐겨 찾은 아이스크림은 아카기유업의 빙과 '가리가리군'으로 생산라인을 증설했음에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만큼 무더위 덕분에 소비가 급증했다.
실제로 지난 7월 매출은 전년대비 165% 증가했으며, 8월에는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이례적으로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품절 사죄' 광고를 게재했다. 연간 합계로는 1981년 발매 이후 최고치인 3억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맥주는 자사 제품인 '슈퍼드라이'를 영하 2도로 차갑게 마시는 '엑스트라 콜드' 스타일을 내놓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고, 다소 차가운 금속제의 볼을 굴려서 바르는 아이크림인 '로레알 파리 리바이탈리프트 마이 롤 온 미용액'이나 양복에 스프레이를 뿌리면 땀을 흘릴 때마다 시원한 느낌을 주는 스프레이 '셔츠 쿨'도 히트상품으로 전해졌다.
도쿄KBC 관계자는 "일본 열도를 습격한 역사적인 무더위는 일본인의 소비행동에 다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예상 외의 히트상품이 여러 개 출현했다"고 말했다.
◇경기불황 여파…오래 쓰는 제품 인기
경기침체 이후 장기간 불황여파로 일본 식품업계는 상품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늘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히트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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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과업체에서는 일반 껌과 달리 40분 동안 껌의 향기가 지속되는 신제품을 경쟁하듯 시장에 내놓았다.
캐드바리 재팬의 신상품인 '스토라이드'는 연간 판매목표인 1500만개를 두 달 만에 달성했다. 연간 500만개가 판매되면 히트상품으로 불리는 껌 시장의 특성상 '맛이 오래간다'는 특징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일반 맥주보다 거품이 덜 나는 제3맥주에서도 히트상품이 잇따랐다. 맥주 제조사인 삿뽀로는 거품이 오래 지속되는 '삿뽀로 크리미 화이트'를 발매해 인기를 끌었다.
◇제품 값 낮추고 또 낮추고…'가격 빼기' 경쟁
올해 일본 경제의 화두 중 하나는 가격인하 경쟁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300엔 이하의 저렴한 메뉴가 일본 전역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2년전만 해도 500엔 이하가 가장 저렴한 제품이라고 인식됐던 일본 시장에서 이제 300엔 이하의 메뉴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는 업계는 규동(고기덮밥)업계이다. 지난해 12월 마쯔야가 320엔으로 가격을 인하하자 스키야가 280엔으로 '맞불'을 놓았다. 경쟁사의 가격인하 경쟁에 고전을 면치 못한 요시노야 역시 280엔짜리 고기나베덮밥을 내놓은데 이어 최근에는 280엔짜리 김치국밥도 출시했다.
규동업계 뿐만 아니라 이자카야 업계에서도 모든 음료와 안주가 270엔인 체인점이 성업 중이며, 이온의 캔맥주 '바리아루'는 88엔으로 업계에서 가격이 최저 수준이다.
경기불황은 300엔 이하 가격경쟁 뿐만 아니라 최대 90%의 할인쿠폰까지 등장시켰다.
미국의 인터넷 할인쿠폰제공 전문사이트가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현재 100여개의 인터넷 할인쿠폰 업체가 서비스 중이다. 경기침체 타격을 받은 외식업계는 쿠폰 발행 사이트와 제휴를 통해 최대 90% 할인해주는 쿠폰을 제공한다.
◇정통 브랜드 강세…日 소비자의 보수화 반영
큰 폭의 할인이나 대대적인 광고 없이도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제품이 있다. 새로운 맛을 추구하기 보다는 익숙하고 친근감 있는 맛을 선택함으로써 후회를 덜기 위한 일본 소비자들의 보수화 경향이 만든 히트상품이라 할 수 있다.
야마자키제빵이 규동체인업체인 요시노야와 공동 개발한 '요시노야 고기만두'는 9월 한 달동안 521만개를 판매, 야마자키제빵이 기존 발매한 고기만두의 인기를 뛰어넘는 높은 판매세를 기록했다.
도쿄KBC 관계자는 "올해 히트한 상품 중에는 이렇게 국민적인 식품과 손을 잡고 내놓은 상품이 눈에 띈다"며 "컵야끼소바의 원조인 '닛신야끼소바U.F.O'맛의 포테칩이나 야끼소바가 들어간 샌드위치 '런치팩'이 인기를 모았다"고 전했다.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한 올해 일본의 히트상품 상위 10위
①먹는 기름(고추기름) ②3D영화 ③스마트폰 ④프리미엄 롤케이크 ⑤iPad ⑥포켓 돌츠(포켓에 넣는 전동칫솔) ⑦저가격 LED전구 ⑧전자레인지로 생선을 굽는 팩 ⑨하리낫쿠스(심 없는 호치케스) ⑩한잔으로 가막조개 70개 분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