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약세 예상 빗나가, 금값 부진도 관련거래 청산과 관계된 듯
유로존이 깨질 것으로 보고 유로약세에 대거 베팅했던 미 큰손 헤지펀드들이 예상이 어긋나면서 적지않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뉴욕 소재 80억달러 규모 외환펀드인 FX 컨셉트, 미국 2위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또다른 상위권 헤지펀드인 무어캐피탈 등 대형 헤지펀드들이 1월 중순이후 유로가 강세로 돌변하면서 큰 손해를 봤다.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외환관련 헤지펀드 1월 수익률은 -1.5%를 기록했다. 1월 헤지펀드가 평균 0.3% 수익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운용자산 54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코너티켓주 소재 브리지워터도 1월 1.5%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FX컨셉트 존 테일러 회장은 "1월은 우리 뿐 아니라 헤지펀드에게 그저 잊고싶은 잔인한 달이었다"며 "손절매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유로를 매입, 숏커버링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번주만 해도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1:1패러티로 떨어질 것이란 관점을 고수하고 있었다.
약세 예상한 유로, 1월중순이후 돌연 급등
유로:달러 1:1패러티 전망은 지난해 5월이후 유로존 재정금융위기가 불거졌을 때 횡횡한 전망이기도 하다.
이후 유로존이 기사회생하면서 이같은 전망이 퇴색했다. 그러나 일부 헤지펀드들은 유로존이 부채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 국가라도 부도를 낼 것이라는 기존 관점을 유지한 채 유로 숏베팅을 공격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만 해도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의 위기전염우려를 퍼뜨리며 유로를 팔고 긴축을 단행하는 신흥시장국 통화는 매입할 것을 권하는 보고서들이 많았다.
그러나 운은 이들을 따라주지 않았다. 유로/달러환율은 1월7일 유로당 1.29달러에서 단기저점을 기록한 뒤 2일 치고 1.39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총재가 "인플레이션은 중기적 문제"라며 입장을 누그러뜨리며 조정을 받았지만 크게 내려가지 않았다. 9일 유로/달러환율은 전날대비 0.0095달러, 0.7%오르면서 1.37달러대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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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중순이후 선진시장 자금이동, 달러약세로 유로 날개
정책면에서나 자금수급면에서 모두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우선 유로존이 금융안정기금 증액 등 위기봉쇄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기 시작했다. 아직 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고통분담을 전제로 충분한 양의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로써 포르투갈, 스페인 위기설이 쏙 들어갔다.
수급면에서는 1월중순이후 신흥시장 증시에서 대거 주식자금이 빠져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증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1월20일~2월2일 최근 2주간 신흥시장 증시에서 100억달러 가량 자금이 유출, 선진시장으로 유입됐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달러는 강세로 가지 않고 되레 약세로 기울어 버렸다. 미국 국채금리가 뛰면서 외국 중앙은행 등 해외투자자의 미국채 투자가 줄어버린 탓이다.
달러약세와 유로표시 주식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는 위기수습책을 바탕으로 회생계기를 마련한 유로에 날개를 달아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달 트리셰 ECB 총재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기준금리 조기인상 가능성까지 높였다.
1월 10일 후 유로화 분위기가 드라마틱하게 바뀌며 투자자들이 잇따라 유로 숏커버링에 나서며 유로 상승이 가속됐다. 미국 상품선물위원회에 따르면 1월11일만 해도 뉴욕 외환시장서 유로 순 숏포지션이 75억달러였으나 18일 6억9200만달러 순 롱포지션으로 뒤집어졌다.
이들 헤지펀드는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유로와 마찬가지로 약세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는 유로화 운명과 비슷하다. 파운드/달러환율은 1월6일 1.54달러를 바닥으로 2일 1.62달러까지 치솟았다. 9일 파운드/달러환율은 전날보다 0.0031달러, 0.2% 오르며 1.61달러를 회복했다.
최근 금값 약세, 헤지펀드 유로숏베팅 철회와도 관계있는 듯
아울러 최근 금값 약세도 유로 숏베팅 철회와 관계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위기는 곧 안전자산 1번지인 금값 상승의 촉매가 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유로존 위기때 약세통화인 유로를 팔고 조달한 달러로 금을 사는 유로-골드 트레이딩이 유행했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선물값은 전날대비 온스당 1.4달러, 0.1% 상승한 1365.5달러로 정규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에 비해선 3.9% 하락한 수치다. 은값 역시 지난해 말에 비해 2.1% 하락한 상태다.
유로화에 숏베팅하면서 상품통화로 불리는 호주달러를 동시에 사는 페어트레이딩이 있었다는 관측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헤지펀드중 일부는 '유로 부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핵심국인 독일이나 프랑스가 돈을 직접 꿔주는 방안이 아닌 이상 언제든지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운명의 신이 그들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