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긴축안 부결시켜 IMF 구제금융 가시화

포르투갈 의회가 23일 정부의 재정 긴축안을 부결하고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사진)가 사퇴를 선언, 유로존 위기가 새 국면을 맞았다.
포르투갈의 국채금리가 치솟아 재정압박이 가중되면 위기는 바로 옆 스페인으로 번진다. 포르투갈이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3번째 회원국이 IMF에 손을 벌리면 유로존의 결속력도 다시 한 번 타격을 입는다.
이날 포르투갈 의회는 정부의 재정 긴축안을 부결시켰다. 긴축안은 재정적자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6%로 줄이기 위해 △사회보장 지출축소 △실업금여 감축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을 담았으나 사회민주당(PSD)이 이끄는 야권은 기약 없이 국민 희생만 강요하는 법안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소크라테스 총리는 "정부의 통치 조건이 모두 없어졌다"며 아니발 카바쿠 실바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유로화는 이 소식에 달러 대비 낙폭을 키웠다.
◇재정압박 가중, 구제금융 임박= 포르투갈 위기의 본질은 재정 부담이다. 2009년 적자는 GDP의 9.3%, 지난해엔 가까스로 이를 7%까지 낮췄지만 EU의 권고치 3%는 훌쩍 넘겼다.
포르투갈 스스로 위기를 탈출할 여력도 크지 않다. 당장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42억3000만유로어치의 대외채무를 갚아야 하지만 긴축안 부결로 조달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올해 GDP 성장은커녕 0.9% 역(-)성장을 예고했다.
시장 분위기는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포르투갈과 IMF의 협상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IMF가 공식 부인했지만 이미 일정한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루킹스연구소의 도메니코 롬바르디 이코노미스트는 "양측 논의는 (IMF) 구제 프로그램의 서곡"이라고 말했다.
긴축안 부결을 주도한 PSD는 소크라테스 총리가 사퇴할 경우 구제금융 수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크라테스 총리는 이 같은 견해를 정면 반박했다. IMF가 요구하는 내핍안이 정부의 긴축안보다 훨씬 가혹한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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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는 법안 부결 뒤 "외부 지원이 우리에게 더 어려운 조건을 포함하지 않으리란 주장은 완전히 어리석거나, 순진하거나, 그도 아니면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이라고 야당 측을 강력 비난했다.

◇마지막 보루 스페인을 살려라= 포르투갈 긴축안 부결로 스페인이 유탄을 맞게 됐다. 스페인의 한 고위 당국자는 "스페인 국채가격이 단기간 투기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유로존 4위의 경제대국으로 'PIGS'의 다른 멤버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견주면 무게감의 차원이 다르다. EU 일부 국가가 포르투갈에 구제금융 조기 신청을 압박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24~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는 포르투갈 구제방안과 위기 확산 방지 대책을 최대 현안으로 거론한다. EU 정상들은 2013년까지인 현행 구제기금 만료 뒤 5000억유로 규모의 새 기금을 마련하는 데 의견접근을 봤다. 단 현재 기금의 대출한도 2500억유로를 증액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소크라테스 총리는 사퇴를 선언했지만 당분간 자리를 지키고 EU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하지만 EU 정상회의에서 그의 발언권은 극히 제한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실바 대통령은 총리의 사표를 일단 보류, 현 내각을 유지한 채 25일 각 당 대표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한다.
◇끈질긴 위기설= 포르투갈 위기는 지난 1월만 해도 고비는 넘긴 듯 했다. 6억유로에 이르는 10년만기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2월 유럽중앙은행(ECB)이 포르투갈 국채를 직접 매입하더니 3월엔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포르투갈 신용등급을 강등, 위기설이 다시 고조됐다.
포르투갈 여론조사에 따르면 PSD가 차기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더라도 과반을 차지하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PSD와 인민당(CDS-PP)의 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포르투갈은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면 해산일로부터 55일 내에 조기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다만 현재로서 실바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사회당의 소크라테스 총리는 2005년 집권, 2009년 재선했지만 의회 과반은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