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마트폰, 손안의 판옵티콘?

[기자수첩]스마트폰, 손안의 판옵티콘?

김경원 기자
2011.05.02 14:33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부처와 내기를 한다. 부처는 난공을 피우다 걸린 손오공에게 "내 손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고 말한다. 구름을 타고 수만리를 날아간 손오공은 구름 위 다섯 기둥에 '손오공 다녀감'이라고 쓴 뒤 의기양양하게 돌아온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게 부처의 다섯 손가락이었다. 이 일화에서 '부처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라는 말이 나왔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뜻한다.

어쩌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우리들은 디지털 시대의 손오공인지도 모른다. '손안에 세상을 펼쳤다'며 흡족해하지만 실은 손안의 세상에 갇힌 것이다. 최근의 애플과 구글의 위치정보 수집 논란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스마트폰으로 위치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첨단의 편익을 잘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근의 카페, 약국 등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으며, 근처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고, 무료 쿠폰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실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꼼짝없이 갇혀 버린다. 이동궤적, 취향 등 자신에 대한 각종 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되며 더 이상 프라이버시를 존중받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스마트폰이 전자발찌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개인의 위치정보는 온라인 광고 등 상업적 목적 외에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수사당국은 개인 위치정보를 수사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에게 편익을 제공했던 고도의 기술이 은밀한 개인 사찰에 이용됐던 것이다. 이제는 국가정보기관이 아닌 기업들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현대판 빅브라더'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애플과 구글의 주장대로 이용자들은 환경설정을 변경해 위치정보가 수집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 위치 서비스를 해지해도 위치정보가 여전히 저장된다고 지적했다. 위치 서비스를 끈 뒤에도 이동한 지역의 정보가 아이폰에 저장돼 있었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사용자들은 위치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디지털 지도 등 주요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좀 꺼림칙해도 위치정보 수집에 동의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용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수집되는지 실감하게 됐다. 사용자들의 불안이 커진 이상 IT 기업은 물론 정부도 개인정보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손안의 세상'이 '손안의 판옵티콘'으로 전락할 날이 멀지 않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