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워치]이번 위기를 ‘12.5규획’의 핵심정책목표인 ‘쭈안싱(轉型)’ 추진하는 계기로 활용할 듯
중국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위안화 위상 강화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세계 교역이 위축되며, 경제성장률이 둔화됨에 따라 중국 증시와 경제도 충격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패권국인 미국의 위기는 2대 경제대국인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호기(好機)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기는 쭈안싱 추진에 호기
중국은 올해부터 시작된 12차5개년경제발전계획(12.5規劃) 기간 중(2011~2015년)에 경제발전 모델을 바꾼다는 뜻의 ‘쭈안싱(轉型)’을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가공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경제에서 1인당 국민소득 증가를 통한 내수주도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이를 위해 연간 성장률 목표도 현재 9~10%에서 7~8%로 스스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쭈안싱’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엄청난 조정비용이 필요하다. 수출 중소기업들의 무더기 도산 위험이 있고, 성장률을 떨어뜨림에 따라 실업자가 증가하는 등 일종의 ‘금단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중앙 정부가 부동산 값 상승을 억제하고 경제 성장률을 낮추려고 해도 지방정부는 ‘지역이기주의’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부동산값 안정과 성장률 둔화에 소극적이다. 정상적 상황에서는 쭈안싱을 제대로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와 경제성장률 둔화는 중국에게 쭈안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좋은 외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한국이 1997년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구조조정에 성공함으로써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 미국 위기 때 1조16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채를 매도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보유하거나, 필요할 경우엔 추가적으로 매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중국과 미국은 ‘운명공동체’여서 서로 상생(相生)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게 더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를 더 매입할 경우 미국 위기로 인한 손실 가능성은 더 커지겠지만, 미국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발언권도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달러를 발판으로 위안화 위상 제고도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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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로 이번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달러화 신뢰가 흔들리는 틈을 타서 위안화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8일 위안화 기준환율이 지난주말보다 달러당 0.0146위안이나 급락(위안화가치 급등)한 6.4305위안으로 5년1개월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왕젠(王建) 중국거시경제학회 사무총장은 “지난 6월 초부터 여러 차례 미국 위기론이 거론됐으며 미국 채무위기 후 잇따른 양적완화정책으로 달러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위안화 국제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궈톈융(郭田勇) 중국 재경대 금융학원 교수도 “미국이 채무 상한액의 지속적인 인상과 수차례의 양적완화정책으로 만성적자에 빠졌다”며 “지금처럼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위안화 국제화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다만 “위안화 국제화를 더 앞당겨 실현시키려면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국채와 달러화 중심의 자산보유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전문 시사평론가 펑싱팅(彭興庭)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화폐발행권을 장악하는 나라가 전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미국의 채무위기는 전 세계적인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위안화 국제화에는 중요한 기회”라고 분석했다.
'믿을 건 중국밖에 없다'는 이미지 제고 효과도 노릴 듯
좀 더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세계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떠맡을 가능성도 있다. 1997년 아시아통화위기 때 위안화 절하를 하지 않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4조위안에 이르는 엄청난 내수확대 정책을 폄으로써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현재 미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기 어려운 실정이다. 채무한도를 상향조정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재정적자를 2조1000억달러 이상 감축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더블 딥(짧은 회복 뒤에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재정의 여유가 있다. 지방정부 부채가 문제될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대규모 재정확대를 통해 ‘세계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다면 그만큼 중국의 위상은 높아질 수 있다.
패권국이 변하는 ‘파워 시프트’는 평화로울 때보다는 혼란기에 많이 일어났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은 “세상이 급변할 때는 경거망동하지 말고 냉정하게 지켜보면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치는 지금, 자세를 최대한 낮춰 상황 파악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는 위안화와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중국굴기의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졌을 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