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반박 불구 자본확충 요구 확산…핌코 CEO "유럽 은행, 완전한 위기 가까워져"
유럽이 국가채무위기 확산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위기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그리스 등 주변국들에 대한 높은 익스포저 탓에 일각에서 자본확충 요구를 받고 있는 프랑스 주요 은행들이 결국 신용등급을 강등 당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 프랑스 2·3위 은행인 소시에떼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의 신용등급을 각각 'Aa2'에서 'Aa3'로, 'Aa1'에서 'Aa2'로 한단계씩 강등했다. 무디스는 이미 지난 6월 프랑스 3대 은행들을 등급 강등 검토 대상에 올렸으며 결국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를 이유로 2개 은행의 등급을 내렸다.
무디스는 소시에떼제네랄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으며 1위 은행인 BNP파리바는 현행 등급을 유지하지만 강등 검토는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특히 은행들의 그리스 익스포저와 함께 유동성 확보와 자금조달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위기설을 일축하며 시장 무마에 나선 은행들의 반박을 재반박한 셈이다.
이는 또 BNP파리바가 자본비율을 올리겠다며 자구책을 제시한 뒤 곧바로 나온 조치이기도 하다. BNP파리바는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013년 초까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9%까지 인상하고 스페인과 네덜란드, 스위스, 노르웨이, 헝가리 등에서 90억 유로의 모기지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유럽 은행들의 달러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불거지자 전날 프레데릭 우데아 소시에떼제네랄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그동안 달러 조달의 필요성을 줄여왔고 100억 유로(1430억 달러)의 유동성 '버퍼'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머니마켓 펀드들이 영원히 자금조달을 중단해도 필요한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전혀 없고 유동성 문제에 대처할 완충장치가 충분하다"며 "유럽 주변국들에 대한 익스포저도 매우 낮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 역시 같은날 이메일 성명을 내 "직접적으로 또는 외환 스왑 시장을 통해서 필요한 달러를 정상 수준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밝힌데 이어 이날에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국채에 대한 익스포저는 관리 가능할 만한 수준"이라며 시장을 달래고 나섰다.
그러나 유럽 은행들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많은 투자자들이 유럽 국가채무위기로 새로운 금융위기가 촉발할 것을 우려해 14일 아시아 증시가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미 일부 유력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들이 지독한 악순환에 빠졌고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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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존 플렌더는 유럽 은행들이 부채가 쌓였지만 결국 자신들을 지탱해 줄 정부에 계속 대출을 하고 금리가 치솟은 국채를 사들이면서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자본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또 무하메드 엘 에리언 핌코 CEO는 "유럽 은행들이 완전한 위기에 가까이 있다"고 진단하며 IMF 등이 이를 막기 위해 유럽 은행들과 함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먼 보노브리에 플래티퍼스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일부 유럽 은행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아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며 "이는 많은 긴장과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은행들은 지난 6월 기준으로 그리스 익스포저가 567억 달러에 달하는 등 유로존 주변국들의 채권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