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유가족이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지만 잡스는 오랫동안 앓아온 췌장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6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잡스는 지난 7여년간 앓았던 희귀하고 상대적으로 진전이 느린 형태의 췌장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암 전문가들은 잡스의 췌장암 발병과 관련해 지난 2009년 간 이식 수술을 받은 것 외에는 생존 기간 등에서 특이한 점은 없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췌장암 전문의지만 잡스의 치료에는 관여하지 않았던 마가렛 템페로는 "췌장암 진단 후 6~8년간 생존하는 것은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잡스와 애플은 잡스의 건강 상태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아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지지하는 주주 행동가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현재까지도 잡스의 건강 상태와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와 가족 외에 거의 알려진 것은 없다. WSJ도 잡스의 치료에 관여했던 의사들과는 인터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매년 4만여명이 췌장암 진단을 받으며 대다수는 금세 사망에 이른다.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80%는 진단 첫 해에 사망한다.
하지만 잡스가 앓았던 췌장암은 신경내분비 계통의 췌장 종양으로 전체 췌장암 환자의 5% 미만이 걸리는 희귀 질병을 일반 췌장암과 상당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
하버드대학 산하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암양종 및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을 담당하는 매튜 컬커 이사는 "일반적인 췌장암과 내분비 췌장암은 임상 양상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내분비 종양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상당히 잘 견디면서 때로는 진단 후 수년간 생존한다"고 말했다.
잡스는 2004년에 처음으로 종양을 진단 받아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당시 잡스는 수술이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마요 클리닉의 췌장암 전문의인 미카엘라 배늑은 "종양이 췌장 내에만 존재한다면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암이 간으로 번졌다면 결국 그 종양은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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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종양을 더 많이 제거할수록 환자는 시간을 좀더 벌 수 있을 뿐"이라며 "마치 시계를 다시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잡스는 2004년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자신의 건강에 대해선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1월에 무역박람회에 살이 너무 많이 빠진 모습으로 나타나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다.
그 때 잡스는 살이 빠진 이유를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라며 영양학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 그는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좀더 복잡하다"고 밝힌 후 병가를 떠났다.
잡스는 병가 기간 동안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간 이식 수술이 신경 내분비 계통의 췌장 종양을 치료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이 몇 편 발간되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간 이식 수술이 일반적인 췌장암 치료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전문의 템페로는 이식된 간의 거부 반응을 피하기 위해 투여하는 약물이 면역 시스템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하지만 모든 것이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