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19일 조기 총선도 합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국가의 파산을 막고 유럽의 구제금융안을 추인할 비상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리스 여야는 구제안이 승인되면, 내년 2월 하순 조기 총선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사태로 인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유로존 재정 위기는 일단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그리스 정치권의 합의는 유로존 위기 해법에서 첫 단추 일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리스 대통령실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파판드레우 총리가 (최대 야당인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와 회동하고 유럽의 구제금융안을 비준한 뒤 총선을 이끌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앞서 자신은 신정부의 총리를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다음 달이면 보유 현금이 바닥나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파판드레우 총리는 새로운 정부 구성을 위해 지난 이틀 동안 동분서주했다. 앞서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연립정부 구성에 난색을 표했던 사마라스 대표는 파판드레우 총리가 사임한다는 조건으로 신정부 구성에 동참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앞서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7일부터 이틀 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거국 내각이 구성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차기 총리로는 루카스 파파데모스 유럽중앙은행(ECB) 전 부총재가 유력하다고 아테네 일간지 '토 비마'는 이날 보도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수 있는 국민투표를 외부 압력에 못 이겨 취소키로 결정한 뒤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이 가중되자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만나 거국 내각 구성을 논의했다. 그는 앞서 지난 5일 총리직 사임을 강력히 시사한 뒤 의회의 재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았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그리스 재무부를 인용해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부 장관과 필리포 사치니디스 재무부 차관이 제1야당인 신민주당의 대표단을 만나 거국내각 구성 일정에 대해 논의했으며 내년 2월19일에 총선을 실시하는데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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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파판드레우 총리의 사임과 거국 내각 구성 합의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회사 YCMNET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요시카미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은 교착상태를 우려했기 때문에 그리스 총리의 사임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증시는 그리스 소식에 화답할 것이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자금을 제공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리스 정치권의 합의는 유로존 위기 해법에서 첫 단추일뿐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 재정 위기는 유로존 3위 경제 대국 이탈리아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의 글로벌 부문 대표 마크 챈들러는 "거국 내각이 구성된다는 것은 유럽의 구제금융안이 비준될 것이란 의미이기 때문에 유로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다만, 위기는 그리스를 넘어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번지고 있기 때문에 유로화의 안정은 일시적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스탠다드차다트은행의 라틴 아메리카 부문 이코노미스트 이탈로 롬바르디는 "결정사항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여전히 많다"고 지적한 뒤 "그리스가 구제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점은 희소식이지만 이것으로 사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선 변동성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 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리 웹맨 역시 "그리스 구제금융안이 폐기되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시장에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진단한 뒤 "하지만 그리스 정치권의 합의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충분한 것인지를 고려한다면 방향은 맞지만 내 의견은 '노(no)'이다"고 전했다.
정치권 합의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에 대해 여전히 비관적인 전망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메리온 웰스 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 밥 안드레스는 "그리스 총리의 사임과 거국 내각 구성은 초보적인 조치로서 표면적으로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는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해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드레스는 이어 "나는 시장이 이번 그리스 뉴스에 큰 반응을 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파판드레우 총리에게는 물러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총리의 사임이 최종 해법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리스의 총선이 내년 2월19일 치러지는 것과 관련해 아테네 대학의 정치학 교수 엘리아스 니콜라코풀로스는 "파판드레우 총리와 사마라스 대표에게는 다른 선택 사항이 없었다. 지금 총선이 치러진다면, 누구도 이들을 찍지 않을 것"이라며 EU의 구제금융안을 실행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거가 내년 2월에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