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1~3위 폴란드·체코·헝가리로 불안 확산
남부 유럽에서 시작된 유로존 재정위기의 불길이 역내 핵심국가뿐 아니라 동쪽으로도 옮겨 붙었다.
금융과 재정 면에서 서유럽에 크게 의존하는 동유럽이 위기에 취약하다는 지적은 수차례 제기됐지만 헝가리가 2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지원을 공식 요청하면서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와 함께 헝가리보다 경제규모가 큰 체코의 국채 금리도 꿈틀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됐다.
헝가리는 2008년 유럽연합(EU) 국가로는 처음 IMF로부터 200억유로 규모의 차관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출범한 빅토르 오르반 총리 내각은 당시 IMF의 추가 지원 제의를 거부했다.
이후 헝가리는 독자적인 적자감축안을 추진해 왔으나 1년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IMF에 다시 손을 벌렸다. 확산되는 유럽 위기와 경기 침체에 따라 국채금리는 급등하고 자국 화폐 포린트화 가치는 떨어지는 등 위기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헝가리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17일 7.63%에서 지난 17일 8.74%로 한 달 만에 1.11%포인트 올랐다. 21일엔 8.32%로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6개월 전보다 128bp 높은 수준이다.
주요 신용평가사의 헝가리 국가 신용등급은 투자단계의 최저 수준이어서 한 계단만 밀리면 투자 부적격(정크)으로 추락하게 된다. 헝가리는 낮은 성장 전망과 불안정한 경제정책으로 피치와 S&P로부터 등급 하향 경고를 받은 상태다.
헝가리는 다만 IMF에 구제금융을 원하는 것이 아니며 경제주권을 빼앗기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야 어찌 되든 헝가리의 'SOS'는 적잖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헝가리 경제규모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지난해 1300억달러로 그리스(3050억달러)나 포르투갈(2290억달러)보다도 작지만 헝가리의 위기는 동유럽 금융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체제전환 후 외국자본을 대거 유치한 동유럽의 금융계엔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은행의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존 은행들은 대거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 그리스 채무탕감(헤어컷) 비율 상향 조정에 따른 손실을 막아야 하고, 더욱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본 자기자본비율 9%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유럽 은행이 신흥국 투자를 회수하면 동유럽 자회사들의 신용이 고갈되면서 동유럽 지역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밖에 동유럽 위기상황을 가늠할 나라는 폴란드, 체코 등이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는 EU 내 동유럽권 경제규모에서 1~3위를 달리는 지역 선두주자들이다. 체코 10년물 국채 금리는 21일 3.95%로 1년 전보다 35bp 오른 상태다. 동유럽 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체코 코루나화 가치는 지난주 0.71%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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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GDP 4690억달러로 다른 두 나라보다 덩치가 큰 폴란드는 경제사정이 비교적 낫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유럽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달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투스크 내각이 제시한 긴축정책의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며 신용등급 평가에 신중론을 내비치고 있다. 그사이 폴란드 통화 즐로티는 지난 6월 이후 유로화 대비 가치가 14% 떨어졌다. 마치 유로존의 위기가 유럽 전체로 확산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