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랄산맥 서쪽의 러시아 영토를 포함한 유럽 땅 넓이는 미국의 1/2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지역에 무려 40개가 넘는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유럽의 문화와 사람들의 성격이 엇비슷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의 27개국은 유럽연합(EU)이란 공동체로 묶여 있다. 이들 가운데 17개국은 자국 통화로 '유로화'를 사용한다. ‘솅겐조약’으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국경도 서로 개방하고 있다. 마치 유럽이 사이좋게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인접한 유럽 나라마다 서로 간에 느끼는 국민감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사람들은 자신들을 침략했던 독일 사람을 아주 싫어한다. 독일인이 네덜란드에서 길을 물으면 국경과 가장 가까운 곳을 알려준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꼴 보기 싫으니 네덜란드를 후딱 떠나라는 의미이다.
이런 독일 사람들은 동유럽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멕시코 불법이민자로 속이 끓고 있는 미국처럼 독일 사람들은 폴란드인을 성가시게 생각한다. 폴란드인은 러시아 사람을 아주 싫어하고, 러시아 지배를 받은 핀란드 역시 러시아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국사람 중에는 프랑스는 좋지만 프랑스인은 싫다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반대로 프랑스나 유럽인들은 영국인이 겉으론 예의가 바르지만, 속은 이중적이라고 비난한다. 프랑스 국경지대의 스페인 사람들은 유독 프랑스인을 싫어한다.
유럽 사람들은 대체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사람들은 좋아한다. 생활수준이 높고, 큰 키에 금발과 푸른 눈 등 유럽인다운 용모를 구비한 까닭이다. 하지만 서로 맞붙어 있는 북유럽 사람들끼리는 서로에 대한 평가가 매우 인색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이 수많은 언어와 민족이 얽히고설켜있는 유럽이 아웅다웅하고 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더욱이 20세기 들어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는 2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바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46년 9월,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유럽의 비극’이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싸우지만 말고 힘을 모아 유럽 공동체를 만들 것을 조언했다. 알사스와 로렌 지역을 놓고 19세기부터 시작된 두 나라의 대립이 궁극적으로 2차 대전까지 이어진데 대한 각성을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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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의 이러한 언급은 개인 관계를 규제하는 국가나 사회처럼, 국가 관계를 통제할 '중앙정부'와 같은 존재가 없다면 각국은 서로를 믿지 못해 전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세기 2차례의 큰 전쟁을 치른 유럽은 대립과 반목을 버리고 상생을 위해 공동체 구성을 추진해왔고,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유럽공동체(EC) 등을 거쳐 지금의 유럽연합이란 거대 공동체를 형성했다.
작년 9월 유럽연합 순회의장국이던 폴란드의 야세크 로스토브스키 재무장관은 재정위기로 유로존이 붕괴되면, 유럽연합도 분열될 것이고, 10~20년내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뜬금없는' 발언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유럽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밤사이 그리스 의회가 가혹한 긴축안을 승인해,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을 둘러싼 유로존의 긴장이 일단 한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구제자금을 받는 나라나 돈을 지원하는 나라 모두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구제자금 최대 지원국 독일에서는 그리스 사람들의 굼뜸을 지적하는 비난과 조롱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아테네 거리에 나치 제복을 입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진이 나돈 지도 오래다. 긴축안이 승인된 그 시간 그리스 의회 인근에는 화염병이 난무하고 몇몇 건물은 화재에 휩싸였다. 이 정도에서 유럽 사태가 잘 봉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