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3000조원 자산 처분…연쇄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
유럽 지역 은행들의 위기가 '제 2의 금융위기'를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재정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은행들의 부실 채권 비율이 17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내년까지 유럽 은행들이 2조6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0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내다 팔아야 할 것이란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1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들이 한꺼번에 자산 처분에 나설 경우 전 세계의 자산 가치 하락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 금융 시스템에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다.
◇ 한꺼번에 자산 처분할 경우 연쇄 타격=58개 유럽 은행들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내년까지 삭감해야 하는 자산 규모는 2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80조 원이 넘는다.
IMF의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은행들은 지난 분기에 이미 5800억 달러를 내다 팔았을 것으로 추정돼 실제 총 삭감 규모는 내년 말까지 2조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자산의 7%에 해당하는 규모로 우리 돈으로 무려 2970조 원에 달하는 액수다.
문제는 유럽 은행들이 동시에 대대적으로 디레버리징, 즉 차입 청산에 나설 경우 유럽 경제는 물론 전 세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점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들의 잠재적인 자산 삭감은 유럽과 그 밖에 지역의 자산 가격 하락과 신용 경색, 경제 활동의 심각한 위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파생시장이 충격을 받게 돼 신흥국 시장까지 잇따라 무너지는 '또 다른 금융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다. 보고서는 "유럽 은행과 국채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파생시장을 통해서 미국 은행들에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고 전했다.
IMF는 그 전에 유럽 정부들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IMF 자본시장부의 호세 비날즈 이사는 기자회견에서 "위기를 막기 위해 유럽 각국 정부들은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IMF는 도이체방크 방코 산탄데르 BNP파리바 등을 포함한 유로존 대형 은행 58곳의 분석에 기초해 이번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이번 주 후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과 IMF의 정기 회의에 참고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 '위기의 중심' 스페인…부실채권 17년래 최고=현 시점에서 유럽 금융 위기의 중심은 스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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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스페인 중앙은행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 채권 비율은 지난 2월 8.16%로, 한 달 전인 1월의 7.91%에서 크게 올랐다. 또 지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8%대를 넘어섰다. 부실 채권 규모는 1439억2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214조2600억 원에 이른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스의 통화 담당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이는 스페인에서 일어나는 악순환 고리의 또 다른 면일 뿐"이라며 "경기침체가 스페인의 예산 전망 뿐 아니라 은행 시스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페인 은행들의 부실채권 자산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지난 2008년부터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최근 경기 둔화로 기업과 가계의 대출 상환능력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스페인의 평균 집값은 7.2%나 떨어졌다. 이는 스페인의 위기가 가시화된 지난 해 4분기의 집값 하락률 3%를 2배 넘게 웃도는 수치다. 스페인 경제는 지난 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라즈 바디아니 이코노미스트는 "부실채권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며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면 내년까지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중심으로 부실 채권은 더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