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종합)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그리스 2차 총선에서 이변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스 국민들은 구제금융의 조건인 가혹한 긴축에 염증을 내면서도 유로존 잔류가 그리스의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선택했다.
긴축을 지지하는 정당들이 의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이 임박했다는 우려는 사그라지게 됐다. 유로화는 이에 따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그리스 재총선 개표가 95% 진행된 가운데 긴축을 지지하는 신민주당(ND)과 사회당(pasok)이 의회 300개 의석 가운데 162석을 차지해, '긴축이행'을 약속한 정당들이 사실상 과반수 확보를 확정지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민당은 29.8%의 득표율을 기록해 1당에게 주어지는 50석의 비례대표를 포함, 129석을 확보했다. 사회당은 12.4%로 33석을 얻었다. 긴축 이행 거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는 26.8%로 71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런던 소재 베렌버그 뱅크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은 "시장의 입장에선 신민당과 사회당의 연정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안도가 된다"며 "양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는 크게 줄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그리스 국민들은 긴축거부 대신 유로존 잔류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리자는 긴축에는 반대하지만 유로존 잔류는 원한다고 밝혀왔지만 시리자가 승리하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이뤄진 '트로이카'와의 갈등으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 것이란 우려가 줄곧 제기돼 왔다.
1당이 확실시 되는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는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 결과로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위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말했다. 또 그리스 국민들은 유로화와 유럽의 미래, 그리고 일자리와 성장을 가져올 정책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시리자의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사마라스 대표에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했다고 아테네 ANA 통신을 인용해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또 신민당이 주도하는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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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회당의 대표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대표는 연정에 시리자도 참여해야 한다고 밝혀 일각에선 연정 구성이 난항에 봉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베니젤로스는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선 조속히 정부를 출범시켜야 한다고도 밝혔기 때문에 신민당과 사회당의 연정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한편 그리스 차기 정부가 유럽연합(EU) 주도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의무사항을 고수한다면 독일 정부가 그리스에 대해 긴축 조건을 늦춰줄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독일의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은 그리스 2차 총선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긴축 이행 시기와 관련해 그리스에 좀더 시간을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스터벨레 장관은 현지 ZDF와의 인터뷰에서 "일정 상으로 우리가 어떤 것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지난 수주 동안 발생한 정치적 교착이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한가지 점은 분명해야 한다. 즉, 구제금융 협상은 본질적으로 유효하다. 폐기되거나 재협상될 순 없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날 화상회의를 연 뒤 성명을 내고 "그리스 새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그리스에 대한 국제 감시단이 아테네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리스의 새 정부가 신속하게 출범하면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을 조정할 용의가 있다고 시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