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한 지출로 빚 독촉에 시달리는 개인 채무자는 으레 카드 '돌려막기'로 급한 불을 끄려고 한다. 하지만 '돌려막기'는 빚독촉의 압박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게 해줄 뿐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는 더욱 늘어나기 마련이다. 더욱이 은행에서 돈줄이 막히고 불황으로 수입마저 준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신용불량자가 해야 할 일은 원론적으론 자명하다. 우선 회생 절차를 밟으며 씀씀이는 대폭 줄여야 한다. 또 일을 해 수입을 늘려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자뿐 아니라 원금을 조금이라도 갚아 부채문제에서 탈출할 수 있다. 물론 얽히고설킨 문제들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론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개인의 부채문제를 떠올려본 것은 유럽의 재정위기 때문이다. 지난주 유럽 정상들은 마라톤회담을 열고 구제기금의 은행권 직접 지원과 변제 선순위 배제 등 긴급 위기대응책을 꺼내놓았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긴급 조치가 마련됐다는 소식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급락세를 보였고, 증시는 급반등했으며 유로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일시적으로 숨통을 틔어 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부채 위기 해법의 핵심은 경제가 회복돼 부채를 빠른 시간 내에 갚아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이 점에서 유럽은 갈 길이 멀다.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 매자는 요구만 있었지 돈을 벌자는 논의는 빠져 있었다. 은행권 부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청년층 절반이 백수인데도 말이다.
재정위기가 터져나온지 2년이 넘어 유럽 정상들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촉진시키기 위해 1200억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꺼내놓았다. 경기부양책이 나왔다는 자체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구체적 조치는 유럽투자은행의 자본을 고작 100억유로 늘려 총 대출여력을 높인다는 것밖에 없다.
부양책에 포함된 유럽연합(EU) 구제기금은 지원 기준이 까다롭고, 교통과 에너지, 디지털 인프라 등에 투자하려는 프로젝트 펀드는 현재 불황기를 감안하면 원활하게 진행될지 미지수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유럽 대다수 국가들이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성장방안은 더욱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 씀씀이만 줄인다고 부채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