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웃지 말란 법은 없지만···

[기자수첩]웃지 말란 법은 없지만···

김지민 기자
2012.07.11 15:37

"은폐를 멈춰라! 다이먼 당신은 사기꾼이야!"

6월 14일. JP모간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하려던 미국 국회의사당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아우성이 순식간에 울려 퍼졌다. 대규모 파생상품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으로 끌려 나온 다이먼 CEO를 비난하기 위해 청문회장을 급습한 이들이 10여 분 동안 시위를 벌였다.

가관이었던 점은 시위대가 그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청문회장에서 끌려 나가는 동안 다이먼은 어떤 동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사태를 통감하는 엄숙한 표정 대신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7월 5일.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즈 전 CEO에 대한 청문회는 심각한 듯 보이지만 결코 긴장된 것 같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세계 금융거래의 중요한 잣대인 리보 금리를 조작한 희대의 사건을 다루는 청문회였지만 종종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은 어쩌면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호통일색인 한국 청문회 문화에 젖은 탓도 있을 수 있다. 국내 청문회장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소리치는 질문자와 어깨도 못 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응답하는 답변자만 있다. 날카롭고 섬세한 질의를 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찾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는 일을 저질렀다면 반성을 하는 척이라도 보이는 게 소비자에 대한 예의다. 특히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혔다면 최소한 웃음만이라도 참는 것이 도리가 아니었을까.

금융기관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낙인찍혔지만 여전히 '탐욕'이라는 옷을 벗지 못한 모습이다. 서구의 잘 나가는 금융회사들 뿐 아니라 일본 최대 투자은행(IB) 노무라도 내부자 거래 추문으로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아무리 엄격한 예방을 한다고 해도 돈을 다루는 곳에서 비리는 늘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금융기관의 사고가 다시 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자 그렇게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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