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지방정부 줄도산 공포..미적거리는 ECB

스페인 지방정부 줄도산 공포..미적거리는 ECB

김국헌 기자, 최종일
2012.07.23 17:52

(상보)국채 금리 23일 장중 7.5%까지 폭등

빚에 허덕이고 있는 발렌시아에 이어 스페인의 6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자금지원을 긴급하게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스페인 지방정부의 '줄도산' 공포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증폭되면서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3일(현지시간) 장중 한 때 사상 최고인 7.529%까지 폭등해, 서둘러 금융시장 불안을 진화하지 못할 경우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을 배제할 수 없다.

네덜란드 3위 은행 라보방크는 이날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스페인이 전면적 구제금융을 요청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스페인 정부는 17개 지방정부의 줄도산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 이달 초 180억유로 규모의 공공기금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 문도'는 이날 스페인 재무부 자료를 근거로 지방정부가 상환해야할 부채가 올해만 264억유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스페인 동부의 발렌시아 지방정부는 스페인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22일부터는 스페인 6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지원 요청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스페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 밖에 기댈 곳이 없다고 판단한 스페인은 ECB의 지원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ECB는 스페인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이 애를 태우고 있다.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가요 스페인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외무장관회의에서 "유럽의 구조가 변하지 않을 경우 누군가는 유로에 베팅해야 하는데, 베팅할 곳은 ECB 밖에 없다"며 ECB의 역할 확대를 요청했다. 마르가요 장관은 더 나아가 "ECB가 숨은 채 스페인 국채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고, 금융시장은 스페인의 노력에 뺨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6월 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로존 정상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위기국의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해 구제기금을 '유연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구제기금의 국채매입과 같은 세부항목이 확정되지 않았다.

또 유로존 정상들은 구제기금을 통해 스페인 은행권에 최대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스페인 은행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지 않고 스페인 정부기관을 통해 은행들을 지원케 했다. 이 때문에 은행 지원금은 고스란히 스페인 중앙정부의 부채로 쌓이게 됐다.

보다 못한 국제통화기금(IMF)도 ECB의 최종대부자 기능을 언급하며, ECB에 위기 해결에 더 큰 역할을 하라고 촉구했다. 금융시장에서는 5000억유로에 불과한 ESM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시장은 ECB가 나서야 스페인 위기가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1일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유로존 붕괴 위험이 없다며, 당장 스페인 국채를 매입할 뜻이 없다고 확실히 밝혔다. 그는 "ECB의 권한은 각국의 금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물가 안정을 보장하고 독립적으로 금융 시스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가 스페인 개입을 미적거리는 이유는 우선 한정된 정책 수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앞으로 스페인 주(州) 정부의 중앙정부 지원 요청은 계속 이어져, 그 때마다 스페인 국채금리가 치솟을 텐데, ECB와 ESM이 무한정으로 스페인 국채를 사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 당시 "중앙은행이 한꺼번에 화력을 다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CB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스페인 정부의 무능 탓도 있다. EU 관계자들은 현지 언론 '엘 파이스'를 통해 스페인 금융과 재정, 정치 신뢰성이 "0"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ECB 마냥 손을 놓고 있기에는 유로존의 사태가 위급하다는 지적이다. 스페인 위기를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할 경우 그 불똥이 이탈리아로 옮겨 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