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실패'는 반복된다

'준비' 없이 '실패'는 반복된다

김지민 기자
2012.12.04 13:48

[기자수첩]

"유럽 은행들에 미국보다 먼저 바젤Ⅲ를 적용하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지난달 유럽은행연합(EBF)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에게 글로벌 은행 규제안인 바젤Ⅲ도입 시기를 늦춰달라며 이 같은 하소연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

바젤Ⅲ는 지난 2008년 미국 4대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 은행권 건전성 규제 감독 수단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마련된 규제안이다. 자기자본 강화를 통해 위기 시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바젤Ⅲ는 내년 1월 1일부터 각국 글로벌 은행에 적용키로 했던 것이었다.

주요20개국(G20) 정상들 간 합의임에도 불구, 미국과 유럽 은행권은 바젤Ⅲ의 시행시기를 연장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이런 태도로 나오자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웨인 바이어스 사무총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바젤Ⅲ를 시행할 준비가 됐다"며 이들의 불만을 일축했다.

금융위기 발발의 주범이라는 원죄를 갖고 있는 세계 금융권은 한 동안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란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에 시달리자 규제안을 정비하고 경영진의 연봉을 삭감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듯 했지만 4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은행권이 떠들썩하게 삭감조치를 해댔던 경영진의 연봉 수준도 다시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6월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연봉조사업체 에퀼러와 공동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1년 미국과 유럽 대형 은행 15곳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전년보다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업은 기본적으로 사적영리를 추구하긴 하지만 사회적 책임감에 큰 무게가 실린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기업과는 다르다. 은행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국민의 혈세로 부실을 메워주는 시대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쇄도한지 불과 4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은행들은 벌써 이를 잊은 듯 행동하고 있다. 위기는 늘 반복되기 마련이고 준비가 없다면 실패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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