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의 운명, 왕실을 보면 안다?

영국 경제의 운명, 왕실을 보면 안다?

최은혜 기자
2012.12.09 17:40

[기자수첩]

영국 왕실이 연일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에 경사스런 분위기도 잠시, 미들턴이 심한 입덧으로 입원 병원에서 담당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호주의 한 라디오방송에서 영국 여왕과 찰스 왕세자를 흉내 낸 장난전화로 미들턴 왕세손비의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를 방송에 내보내자, 당시 전화를 받았던 간호사가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자살한 것이다.

간호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방송사에 대해 광고 거부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고 하니 방송사도 위기에 놓이게 될 처지다. 물론 잘못이야 장난전화를 건 방송 제작진에게 있겠지만 왕세손비의 건강정보를 노출시켰다는 이유에서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니 왕실에서도 유감스러울 일이다.

최근 미들턴 왕세손비는 상반신 노출 사진이 프랑스 잡지에 게재돼 한바탕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그보다 앞서 해리 왕세손은 누드 파티 사진이 공개돼 왕실이 골머리를 썩기도 했다.

이처럼 영국 왕실의 권위와 품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왕실 존폐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과거에는 왕실의 결혼식이 영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논란은 있겠지만 시기적으로 영국 경제가 성장한 시기가 왕실 결혼식과 맞아 떨어졌다는 얘기다.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결혼식(1947년)과 찰스 황태자의 결혼식(1981년)이 거행됐을 당시 영국 경제는 깊은 불황을 겪고 있었지만 각각의 결혼식이 치러진 후 7년 동안 영국 경제는 연율 3% 이상의 성장을 나타냈다.

브랜드 전문 조사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에 따르면 영국 왕실을 기업으로 분류할 경우 시장가치가 445억파운드(약 8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의 영국으로선 옛날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지난 5일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예상보다 더딘 경제성장 때문에 재정적자감축 목표를 맞추지 못했다고 의회에 나와 시인했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당초 전망치인 2%에서 하향된 1.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상징적 존재로서의 왕실이 급격히 퇴색한 요즘 모습과 어쩐지 겹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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