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정부가 경제정책으로 얻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우경화 '발톱'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4일 아베 총리는 최근 일본 각료들의 대규모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에 대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영령에 존숭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발언을 내놨다.
21일 아소 다로 부총리와 내각 각료 3명이, 23일엔 사상 최대인 168명의 의원들이 잇달아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우경화 행보에 대한 주변국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으나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아베는 선거유세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 등을 비롯한 극우적 공약을 내걸었던 아베의 극우성향은 취임 때부터 익히 우려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는 취임직후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춰 국내적으론 지지율을 확보하고 대외적으론 극우화 행보에 대한 불안감을 누그러뜨렸다.
취임 4달을 맞는 아베 정부의 지지율은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추가 완화정책을 위시로 한 공격적인 경제정책에 힘입어 76%까지 치솟았다(4월 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
지지율 밑에는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다. 의회 해산으로 아베의 집권이 가시화된 지난해 11월 중순 후 엔은 달러대비 25% 절하했고 덕분에 이 기간 일본 증시 닛케이지수는 55% 급등했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도 급격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그 위상이 크게 악화됐다. 일본 정치권은 지난 몇 년 간 수차례 총리가 교체되며 혼란을 멈추지 못했다. 그 때 아베가 등장했고, 그의 '화끈한' 경제 정책은 그의 공약이 '말뿐이 아님'을 보여줬다.
우울한 전망으로 가득했던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의 실제 효과에 대한 논의는 여전하지만 적어도 겉으론) 살아나는 분위기를 보이자 아베를 향한 일본 국민들의 환호성은 커졌다. 비뚤어진 민족주의가 싹트기 좋은 환경이다.
이제 아베는 7월 참의원 선거 때 개헌을 쟁점화 하겠다고 밝혔다. 중의원은 개헌파가 이미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했기에 참의원에서 마저 아베가 압승한다면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이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오랜 경기침체, 극우 성향의 지도자, 그가 성공적인 부양책으로 구가하는 높은 인기의 조합은 끔찍한 데자뷰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