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노동절을 국경일로 정한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수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절 시위는 연례행사지만, 올해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유독 절실했다. 방글라데시에서 4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의류공장 붕괴 참사가 처참한 노동 현실을 새삼 일깨워준 탓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기도 하는 방글라데시의 비참한 노동 환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의류 공장에 불이 나 100명 이상이 숨졌다. 최근 붕괴 사고처럼 탈출구가 막혀 희생이 컸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 2006년에도 공장 안에 갇힌 노동자들이 화마에 스러졌다.
방글라데시의 의류산업은 연간 200억달러(약 22조원) 규모로 이 나라 수출의 80%를 책임지고 있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문제는 의류산업이 이젠 방글라데시 정부도 어찌할 수 없는 '대마불사'가 돼 버렸다는 점이다. 대공장 소유주가 관련 규제를 쥐락펴락하는 지경이 됐다.
이번에 붕괴사고가 난 '라나플라자'의 소유주 모하메드 소헬 라나도 방글라데시 집권당의 청년 조직을 이끌었던 인물로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했다.
지난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도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라나를 사형에 처하라고 외쳤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올해 말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무역제재 압박 때문인지 강력한 조치를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 차원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얽히고설킨 기업 간 공급 사슬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똑같은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더 싼 제품을 요구하면 라나 같은 업주들은 비용을 줄이는 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라나플라자에 있던 공장에서 만든 제품은 월마트, JC페니, 프리마크 등 다국적 유통대기업에 납품됐다. 참사 직후 이들이 보인 첫 반응은 라나플라자와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뭔지 따져 볼 일이다. 소비자의 책임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