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일본 증시 2.9% 가까이 급등, 코스피는 1.75% 하락 '대조'
아베노믹스로 촉발된 엔화 약세가 가팔라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00엔선 마저 돌파했다. 이에 고무된 일본 증시는 토요타 등 수출주를 중심으로 급등장을 연출했다.
반면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관계에 놓여있는 한국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하며 큰 대조를 보였다. 특히 엔화대비 원화 가치가 장중 한 때 5년래 최고로 상승, 엔저 공습'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0일 오전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01엔선을 돌파했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200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00엔 대를 넘어선 후 상승세(엔 하락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도 오후 들어 소폭 반등(원화 가치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날 오전에는 100엔당 1082.17원을 기록하며 지난 2008년 9월 후 저점(원화가치 엔화대비 고점)을 기록했다.
엔/달러는 지난달 4일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회의에서 공격적인 추가 완화 정책을 내놓으며 급속한 상승(엔 하락)세를 보였다. BOJ 회의 발표 전 93엔대까지 떨어졌던 엔/달러는 4일 95엔, 5일 95엔을 순식간에 돌파한 뒤 8일에는 4년 만에 99엔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인 100엔선에 막혀 엔/달러 환율은 횡보 흐름을 보였다. 그러다가 9일(뉴욕시간)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청구건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미 경제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달러가 상승한 게 촉매가 돼 엔/달러 환율이 100엔선을 뚫고 올라섰다.
10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 투자자들이 외국 채권을 순매수한 것으로 확인되며 엔화가 낙폭을 더욱 키웠다.
개장 전 발표된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중장기 외국 채권을 2주 연속 순매수했다. 순매수세도 지난달 21~27일 2044엔에서 지난달 28일~5월 4일 3099억엔으로 확대됐다.
특히 일본 생명보험사는 지난달에 4달 만에 처음으로 4379억엔의 외국 채권을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8월 후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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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가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발표했을 때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생보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일본의 초저금리를 피해 외국 채권 매입을 늘릴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시장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생보사들이 발표한 2013년 회계연도 투자계획에도 시장 전망만큼의 공격적인 외국 자산 투자가 담겨 있지 않아 엔 약세가 한동안 둔화됐었다.
올해 초 이후 엔 매도세도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예상한 헤지펀드들에 의해 촉발돼 왔다. 정작 일본 투자자들 외국자산을 순매도해왔다.
따라서 이날 엔 약세는 생보사 등 기관들이 외국자산 매입을 본격적으로 늘릴 것이란 전망이 다시 살아나며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일본 신탁은행 딜러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자금이 외국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엔화 가치가 급속히 하락하며 한국은행이 7개월 만에 뽑아든 기준금리 인하 카드가 무색해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9일 기준금리를 2.5%포인트로 0.25%포인트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월 원·엔환율이 안정화됐다면 한국의 기준금리는 동결됐을 것"이라며 엔저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 성명 523개 단어 중 엔은 단 한 번 언급됐을 뿐이지만 4월 들어 원·엔환율 움직임이 커진 게 금리 인하를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원/엔 환율은 올해 들어 100엔당 1150~1200원대 안팎에서 움직였으나 4월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달 3일 1204.17원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있었던 지난 9일 100엔당 1087엔까지 하락(엔 대비 원화 가치 상승)했다. 10%에 육박하는 하락세다. 특히 금통위 하루전 원/엔 환율 1100원선이 무너진 점이 금통위원을 압박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 반응도 극명했다. 이날 일본 증시 닛케이 지수는 엔저에 힘입어 2.93% 급등했으나 한국증시 코스피는 1.75%가까이 하락하며 아시아 주요 증시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일본증시 시가총액 1위인 토요타는 지난 8일 시가총액이 20조엔을 회복한데 이어 이날도 4% 넘게 급등했다. 반면 한국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이날 2% 이상 하락했다. 토요타의 시총은 우선주까지 포함시 삼성전자에 조금 뒤지고 있지만 보통주만 놓고 보면 지난달 이미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올들어 일본증시의 닛케이 지수는 연초대비 이날까지 40.8% 급등한 반면 한국의 코스피는 2.62% 하락, 대조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