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시한폭탄 '째깍째깍'·기업 59곳씩 폐업…유로존신화 끝나나

그리스발 시한폭탄 '째깍째깍'·기업 59곳씩 폐업…유로존신화 끝나나

김지훈 기자
2015.06.26 13:59

그리스 채무 만기 5일 앞두고 구제금융 합의 불발…그렉시트 가능성 고조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25일(현지시간) 또 다시 구제금융 합의에 실패했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19개국) 이탈(그렉시트)을 막기 위한 시간이 보다 촉박해졌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마지막 분할금인 72억유로(약 9조원)를 지원받지 못할 경우 15억유로 규모의 채무를 오는 30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하는 게 불가능하다. 채무 상환에 실패한 그리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는다. 그리스의 디폴트는 그렉시트의 기폭제다.

전문가들은 그렉시트가 금융시장의 일시적 혼란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50년 이상 이어진 유럽의 통합 과정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발 시한 폭탄 '째깍째깍'…이견차 조율 끝내 실패=그리스와 유로그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고 구제금융의 지원조건에 대한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그간 양측이 온도차를 보였던 연금 개혁과 부가가치세 인상 문제로 갈등이 증폭됐다. 유로그룹이 협상안을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에 뒤이어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도 구제금융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유로그룹은 오는 27일 오전 다시 모여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을 재개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채권단은 그리스 측이 제출안 협상안에 대해 연금 삭감과 부가가치 인상을 주문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특히 호텔 및 외식업종의 부가세율에 할인세율 13%가 아닌 기본세율 23%를 적용하라는 요구가 그리스의 격한 반발을 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수정안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IMF를 겨냥해 "특정 기관이 우리가 제출한 개혁안을 반복해서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구제금융을 받았던 국가들을 상대로는 없었던 일이며 채권단이 합의를 원치 않거나 특정한 이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그리스의 채무상환 시점을 유예시켜줄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앞서 "어른이 방(협상장)에 없으면 합의도 불가능하다"며 채권단 요구를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그리스 측에 일침을 가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27일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며 "남아있는 시간이 촉박해 유럽 정상들이 오는 27일까지 해결책을 찾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기업 하루 59곳씩 폐업…'그렉시트'로 위기 가속화=FT는 이날 그리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하루 59곳씩 폐업하고 있으며 일자리는 613개씩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하루 2200만유로에 달한다. 그리스는 디폴트 우려로 대량의 예금인출(뱅크런) 사태도 겪고 있다. 그리스가 그렉시트에 돌입할 경우 한층 고통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렉시트는 2012년 유럽재정위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와 유럽 모두에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지라고 경고했다. IMF가 2012년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옛 통화인 드라크마화를 재도입할 경우 유로화 대비 드라크마화 가치는 즉각 50% 폭락할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은 드라크마화 절하로 인해 35%까지 치솟게 된다. 은행예금 등 자산 가치는 급감하고 국내총생산(GDP)의 약 8%가 증발한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막대한 지원을 제공한 채권단도 중대 손실을 입는다. 이는 그리스와 IMF·유로존 간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IMF 등 국제 채권단 '트로이카'로부터 2010년부터 총 2400억유로의 구제 금융을 지원받았다.

◇그렉시트로 유로존 '영원한 공동체' 신화 깨지나=그렉시트의 또 다른 문제는 유로존이 회원국들 간 단일통화권으로 묶인 영구적 관계가 아닌 일시적인 이합집산적 성향의 단체였다는 인식을 일깨운다는 것이다. 유로존이 1999년 출범한 이후 회원국의 이탈 사례는 아직 없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그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유로존은 투기세력의 공격에 보다 취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2년 유럽재정위기 당시 그렉시트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윌리엄 뷔터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렉시트가 유럽의 통합을 가로막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뷔터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미국 경제전문채널CNBC에 출연해 그렉시트에 대해 "금융위기를 다루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유럽의 통합 과정에 미칠 손해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리스 사태의 진정한 리스크(위험)는 그리스의 디폴트에 따른 단기적 금융시장의 혼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뷔터 이코노미스트는 1951년 출범한 유럽의 통합 과정이 역주행 노선을 밟게 되는 것이 중대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1951년 네덜란드·독일·룩셈부르크·벨기에·이탈리아·프랑스 6개국이 발족시킨 유럽철강석탄공동체(ECSC)는 유럽연합(EU)의 모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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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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