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휴가'의 역설…휴가 사라지나

'무제한 휴가'의 역설…휴가 사라지나

김신회 기자
2015.12.21 10:38

美 IT 기업 '무제한 유급휴가' 확산…일자리 잃을까봐 못 쓰는 무제한 휴가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 인맥관리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링크드인 등 미국 IT(정보기술) 기업 사이에서 최근 무제한 유급휴가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 법정 연차도 맘대로 못 쓰는 직장인들에겐 꿈같은 얘기같지만 무제한 휴가 역시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만5000여개 중소기업에 급여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구스토의 조시 리브스 CEO(최고경영자)는 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문방송 CNBC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아무도 5개월간 휴가를 쓸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구스토 역시 무제한 휴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휴가는 1년에 4-5주정도라고 설명했다.

구스토 직원들이 쓰는 휴가는 미국의 일반 직장인들의 휴가보다 훨씬 긴 게 사실이다. 미국인들의 휴가는 오히려 전보다 짧아졌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평균 휴가일수는 2013년에 16일로 1976-2000년의 평균치인 20일보다 4일 줄었다.

메모장 어플리케이션(앱)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인 에버노트도 무제한 휴가제를 도입했지만 이를 남용하는 사례는 없다고 강조한다. 이 회사의 론다 스콧 대변인은 "모든 게 자유는 아니다"라며 무제한 휴가 정책은 직속 상사와의 협의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도 자유와 함께 책임을 강조했다. 이 회사의 말리 타트 대변인은 "휴가정책이 따로 없기 때문에 휴가일수를 세지 않는다"며 "(무제한 휴가제는)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우리의 자유 및 책임 문화의 일부"라고 말했다.

구스토의 리브스 CEO는 무제한 휴가를 시행하는 데는 신뢰가 중요하다며 이를 도입해 노사간 신뢰가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무제한 휴가제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인적자원 관리 전문가인 신시아 샤피로는 무제한 휴가가 전통적인 휴가제도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제한 휴가가 궁극적으로 기업들이 공식적인 휴가를 없애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에 연금 혜택이 사라지기 시작한 뒤 근로시간과 건강보험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는데 이젠 휴가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샤피로는 직장인들이 무제한 휴가제의 자유를 만끽하지 못하는 건 역설이라고 꼬집었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고 각자 얼마나 쉬어도 될지 잘 몰라 혼란을 느끼며 무제한 휴가를 맘대로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샤피로는 "직장인들은 잘 모르면 휴가를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휴가일수는 이미 40년 만에 최소 수준에 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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