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25일간 닷컴버블 후 최대 상승…이번엔 다를까[오미주]

반도체주, 25일간 닷컴버블 후 최대 상승…이번엔 다를까[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5.06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는 이란 전쟁을 잊은지 오래다.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은 온통 반도체주에 쏠려 있다. AI(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핵심적인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주는 지난 3월 말 이후 급등을 넘어 말 그대로 폭등세다.

그리고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5일(현지시간) 약세론자의 눈길을 끌만한 기록을 세웠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SOX는 지난 3월31일부터 이날까지 25거래일 동안 53.7% 상승하며 2000년 3월9일까지 25거래일 이후 최대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김다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김다나

2000년 닷컴 버블을 기억한다면 2000년 3월9일이 어떤 날인지 알 것이다. 나스닥지수가 닷컴 버블 고점을 치기 하루 전날이기 때문이다.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10일 정점을 친 뒤 이후 3년 이상 하락하며 바닥 때까지 시가총액의 약 80%가 사라졌다. 나스닥지수가 2000년 3월10일 고점을 회복하는데는 15년이 걸렸다.

반도체주는 2022년 강세장이 시작될 때부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강세장 초기에 반도체주 랠리의 대부분은 데이터센터용 GPU(그래픽 처리장치)로 AI 시대를 연 엔비디아가 주도했다. 하지만 이후 강세 기조가 반도체주 전반으로 확산되더니 올해는 인텔과 퀄컴 같이 그간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종목들이 큰 폭으로 뛰어 올랐다.

SOX는 5일 구성 종목 30개 중 강세장 초기 승자였던 엔비디아와 TSMC를 제외한 28개 종목이 일제히 오르며 4.2% 강세를 나타냈다. 인텔이 12.9%,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11.1%, 퀄컴이 10.8% 오르며 랠리를 주도했다.

AI시장의 주도권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며 수요 증가세가 GPU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CPU(중앙처리장치) 등으로 확대된 것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들은 GPU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반도체 설계회사에 대해 이익 전망치를 급격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인텔은 올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실적 호조세를 증명했다. 퀄컴은 실적은 부진했지만 올 하반기에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회사) 한 곳에 데이터센터 칩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혀 주가가 급등했다.

호실적과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가 합쳐진 반도체주 모멘텀은 6일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AMD가 5일 장 마감 후 긍정적인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내년에 AI 매출액이 수백억달러로 증가하고 AI에서 추론의 중요성이 커지며 AI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35%씩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AMD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4%가량 급등했다.

IDC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반도체시장이 지각 변동에 가까운 변화를 겪고 있으며 메모리 부문이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올해 D램 산업의 매출액은 4186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하고 낸드 매출액은 1741억달러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하이퍼스케일러들은 근본적으로 다른, 더 비싼 종류의 메모리를 사고 있으며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기꺼이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IDC의 반도체 제조 부문 리서치 부사장인 제프 자누코비치는 AI가 메모리 산업에 "유례없는 변곡점"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메모리 산업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경기 사이클을 보여왔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적 성장세가 뒷받침된다고 해도 현재의 반도체주 급등세는 너무 과열됐다는 의견도 있다. JP모간의 최고 전략가였던 마르코 콜라노빅는 반도체주 랠리, 조금 더 넓게는 AI주 랠리가 이미 극적으로 과잉 팽창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25거래일간 SOX 구성 종목 30개는 모두 14% 이상 상승했다. 수익률 톱 3인 인텔과 크레도 테크놀로지. 아스테라 랩스는 주가가 두 배 이상씩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택시장 버블을 경고했던 인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최근 아이셰어즈 세머컨덕터 ETF(SOXX)와 연계된 내년 1월 만기의 풋옵션을 더 샀다고 밝혔다. 폿옵션은 특정 자산을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로 가격 하락에 대비하는 상품이다.

한편, 6일엔 개장 전에 우버 테크놀로지스와 월트 디즈니가 실적을 발표한다. 장 마감 후엔 양자컴퓨팅 회사인 아이온큐와 반도체 설계회사 암 홀딩스, AI 마케팅 플랫폼인 앱러빈이 실적을 공개한다.

이날 오전 8시15분(한국시간 오후 9시15분)에는 ADP의 4월 민간 고용 증가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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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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